수치심 :
내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

32주차

by 시나브로

나는 늘 자기 전이 너무 힘들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 보면 그날에 있었던 일들과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그때 내가 느꼈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부끄러움이 다시금 복귀된다.


나는 왜 나와 친하지 못할까? 하는 질문에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답변이 되고, 그럼 내가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라는 질문에는 “내가 나를 수치스러워해서”라고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독 자기 자신에게 여러모로 엄격한 사람들이 있다. 남의 장점은 그렇게 잘 찾아내면서, 그 장점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사람. 도저히 나 자신을 사랑하기 힘든 사람… 내 자신을 앞에 두고 본다면 어떤 감정일지 모를 뒤얽힌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온다.


오늘은 이 감정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내 앞에 내가 있다. 나와 똑같이 생기고, 말하고, 생각하는 그런 내가 있다고 해 보자. 어떤 감정이 드는가? 나는 도망치고 싶다. 마주 보기 싫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마음에서, 어떤 결핍에서부터 나온 행동임을 알기에 보고 있노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래, 이건 수치의 감정이다.


수치심: 자신이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감정


나는 내가 왜 수치스러울까… 이유는 많다. 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농땡이만 피워서, 혼자서 못 견딜 정도로 외로워해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감정 기복이 너무나도 심한 나약한 사람이어서, 그러다가 가끔은 나를 위험한 선택으로 이끌 때가 있어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말 못 할 비밀들이 많아서, 또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 회피했던 순간, 감정적이었던 순간들.


이렇게 다 적고 나면… 수치스러운 나를 받아들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도 알고 있고, 내가 가지는 감정들, 생각들, 행동들이 보편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안쓰럽기도 하고, 반면에 왜 그런 행동을 했냐고 호통친다고 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저 부끄러워서 그런 부분들을 숨기기에 급급해진다. 그러나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수치심은 꺼내 놓고 살펴보고 보살피지 않으면 더 커진다는 거. 나처럼 너무너무 커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이 엉킨 감정은 무엇인지 감도 안 잡힌다는 거.


결국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수치심이 아니라, 수치심을 느끼는 나일지도 모른다. 혼자서 못 견딜 만큼 외로워하는 나도, 흔들리는 나도, 때로는 잘못 선택했던 나도… 그 모든 조각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나는 완벽해질 필요도, 내가 원하는 이상의 모습이 될 수도 -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나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오늘은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나에게 있어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보다 내일의 내가 나에게 더 너그럽고 따뜻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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