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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인가요? “밥 한번 먹자”

스플매거진_7월 둘째 주_에디터스 토크

혹시 알고 계시나요?

직장인들이 주고받는 인사 중 빈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것을요.

심지어, 어떤 기관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은 그 인사가 진심이 아닌 인사치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내뱉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빈말임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헤어짐의 인사로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수많은 전 세계 인사 중 신기하게도 유독 한국어 인사말에만 ‘밥’이라는 키워드가 포함이 됩니다. 


“밥 먹었어?”

“밥 한번 먹자.”

“밥은 먹고 다니니?”


이렇게 끼니를 챙기는 인사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의 가장 기본적인 ‘먹는 행위’를 챙기며 좀 더 특별하고도 친밀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때론 그 너머의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마음들을 내포하고 있겠죠. 실제로 다투고 난 뒤 화해의 제스처로 “밥 먹을래?”라는 인사가 쓰이기도 합니다. 전화할 때마다 “밥 먹었니”, ”밥 잘 챙겨 먹고 다녀라”라는 안부를 습관처럼 건네는 엄마에게 밥 타령 좀 그만하라고 타박을 주었던 적도 있지 않나요?


별생각 없이 주고받던 인사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판 모르는 남의 끼니를 걱정하거나 챙기지는 않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식당에서 나오면서, 단 한 번 본 이에게 언제 밥 한번 먹자고 다음을 약속하진 않으니까요. 분명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건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렇듯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는 이미 안부 이상의 많은 의미를 내포한 사회생활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더러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는 가벼움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언제’라는 단어에 더 집중하는 이들에겐 충분히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그 인사에 담긴 마음 씀씀이가 좋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마침표가 아닌, 다음을 기약하는 진행형의 마음이요.


사실 ‘지금 당장’이 아닌 ‘나중’으로 미루는 일들은 대부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가끔은 반드시 실현하지 않고 우리 사이에 ‘다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그런 관계가 존재합니다. 다음을 약속할 수 있는 상대는 만남에 대한 부담이 덜한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인사에는 저마다의 무게감이 있기 나름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에게, 자주 보지 못하지만 헤어짐이 아쉬운 이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가볍고도 부담스럽지 않게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면 어떨까요? 물론 그 인사가 실현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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