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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Park Jun 25. 2019

캐나다에서의 첫 애마를 마련하다

좌충 우돌 캐나다 영주권과 취업 도전기

캔모어로 복귀한 나의 삶은 다시 공부와 일의 연속인 나날로 채워졌다. 캘거리로부터 타고 온 버스에서 내린 시각이 오후 9시 10분경이고, 숙소로 걸어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알버타 주 조리사 시험 공부를 계속해야만 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1000페이지가 넘는 영어로 쓰여진 조리책은 한두번 읽어서 머리 속에 들어올 내용들이 아니었다. 최소한 5번 이상은 정독 및 암기를 해야만 할 양과 수준이었다. 매주 화요일 캘거리로 공부를 하러 다니던 내게 한가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나의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던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2018년 10월 31일까지만 운영을 하고, 캐나다 전 지역의 노선을 중단하고 캐나다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었다. 오래 전부터 운영해 온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캐나다 곳곳을 누비며 서민들의 발이 되어 주었지만 캐나다의 인구가 3,300만명으로 한국보다 작은 인구 수 이기에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내가 이용하던 노선은 하루 세 차례 밴쿠버와 캘거리를 왕복하는 버스였고 타 서비스 대비 저렴하였으므로 이 곳 식당에서의 벌이로서는 가장 저렴한 이동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이 또한 이용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버스 수단은 있기는 하다. 캔모어에서 캘거리까지 1시간 남짓 거리의 노선에 에어포터(Airporter)와 부르스터(Brewster) 버스는 편도 75불 정도니까 그레이하운드의 $24 에 비해 거의 3배 수준이었다. On-It 이라는 캘거리 시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데 편도 $10에 이용이 가능하지만 이 버스는 주말에만 운행하기에 화요일만 쉬는 나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고, 고육지책으로 나는 그 동안 모아 온 월급을 투자하여 중고차를 하나 장만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싸고 좋은 차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식당 사장님께서는 2천불 정도되는 차 사다가 나중에 버리고 영주권 따면 좋은 차로 바꾸란다. 자동차에 대해 그래도 지식이 있는 나였기에 싼 차를 사더라도 혹시 고장나면 고쳐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신문, 인터넷 의 중고차 광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로컬에서 구입이 가능한 차들은 최저 $800부터 찾을 수 있었지만 2001년 식 정도로 거의 20년이 가까이 된 차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차들은 장거리 운전하기도 위험한데다 언제 고장날 지 모르는 차량들이다. 나는 딜러보다는 개인이 판매하는 차량 위주로 찾았다. 한국에서는 중고나라 같은 사이트나 SK Encar 같은 인터넷 거래 사이트가 유명하나, 이곳 캐나다는 kijijji.ca 에서 개인들이 판매하는 많은 차량들을 찾을 수 있다. 일주일이 넘게 Search를 하던 중 내 눈에 꼭 드는 차량을 찾을 수 있었고, 판매자에게 Text 메시지를 넣어 화요일 차를 볼 수 있는지 문의를 하였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하였고 9월 중순 어느 화요일 날 캘거리를 방문하여 해당 차를 직접 몰아보고 $200까지 깍아 $4,800 에 Nissan Rogue 2008년 산을 구입을 하였다. 개인끼리 매매인지라 세금도 안내고 차량 번호판 값과 차 보험만 들면 바로 운전이 가능하였다. 캐나다 백인으로부터 구입을 하였는데 본인이 닛산 딜러에서 일하는 정비공이라고 하여 더더우기 믿을 만하여 바로 질러 버렸다. 킬로 수는 191,000 km로 거의 20만 키로 가까이 된 차량이었으나 사고도 없고 겉도 멀쩡하고 하여 구입을 하였다.

차량을 구입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캐나다는 철저히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이다. 차량 구입 비용이 총 $4,800 이었는데 수중에 가진 돈이 $4,500 밖에 없었고 나머지 $300이 모자라 계약이 성립할 수가 없었지만 판매자는 다음 주에 자기한테 나머지 $300을 가져다 줄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더니 선뜻 오늘 차를 가져가고 다음 주에 나머지 금액을 달란다. 캐나다는 한국과는 달리 아직도 사람을 쉽게 믿는 나라인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의 첫 애마는 Nissan Rogue 였고, 눈이 많이 오는 알버타 주에 살지만 2WD로 샀다. 주위에서는 AWD 또는 4WD를 무조건 사라고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나로서는 2WD도 과분하였다. 거기다 Winter Tire를 모두 교체하라고 권유한다. 그렇지만 비용은 얼마일까? 타이어 4개 모두 바꾸는데 $700 이란다. 차 값이 5천불 가까이인데, 타이어 가격만 700불이라.... 나는 눈 위에서도 잘 운전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에 일반 4계절 타이어로 그냥 타고 다니기로 하였다. 앞 유리창은 금이 보였지만 운전석 앞이 아니라 그냥 무시했다.

알버타 주의 차량들은 앞 유리 파손이 굉장히 심하다. 눈이 많이 내리기때문에 제설차량들이 눈을 치우면서 작은 모래를 도로 위에 뿌리는데 눈이 녹는 시점에 앞차로부터 튀는 돌들이 유리창을 떼려 쉽게 금이 가고 깨진다는 것이다. 내가 구입한 차도 예외가 아니었고 앞 범퍼를 보니 페인트 까진 흔적 들이 많이 보였다. 이게 모두 작은 돌들이 부딛히면서 생긴 자국이란다.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앞 부분에 프라스틱 프로텍터까지 전 주인이 달고 다녔단다. 이 또한 페인트가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는 구조물이다. 외관상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구입 비용은 차 값 4,800불에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센스 비용이 약 $75불 이었고, 보험은 매달 $100 정도 하는 보험에 가입을 하였다. 인터넷 보험사인 Sonnet를 이용했고, 웹사이트는 Sonnet.ca를 이용하였고, 신용카드로 바로 가입이 가능하였으나 종합 보험이 아닌 타인 피해만 보상이 되는 반쪽짜리 보험 밖에 가입이 안되었다. 즉, 내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안되었다. 다른 Insurance Agent는 연락하여 가격과 가입 여부를 알아 보았으나 한국에서의 무사고 운전 증명 제출과 하루만에 가입도 안될 뿐더러 모 회사는 나의 캐나다 Credit 점수 미달로 아예 캐나다 경력 부족으로 가입 조차 해 주질 않았다. 최소한 1년 이상 운행하고 나면 이 또한 쉽게 타 보험사에도 가입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차를 힘들게 구입하였고, 이제 버스 시간에 맞추어 터미널로 이동하고 또한 캘거리에서 공부를 마친 후 저녁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캔모어에 도착하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나는 너무 기뻤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019년 6월 말인데, 킬로수가 1년도 안된 시점인데 주행을 1만킬로를 넘기어, 타코메타에는 20만 5천 킬로를 넘어섰고 고맙게도 나의 애마는 잔고장 없이 잘 달려주고 있다. 나는 나중에 영주권을 손에 쥐더라도 나의 애마를 30만, 40만 킬로가 넘도록 타고 다닐 것이다. 나에게 힘이 되어 주는 녀석이기 때문에 쉽게 보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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