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비전공자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시작하다!
2003.12.18. 부산에서 태어나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 후 짧은 2년 동안 건설회사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오토캐드만 열심히 그리다가 첫 직장 생활에 사표를 내 던지고 두 번째 직장인 경찰로 시작할 때의 나이는 28살이었습니다.
처음 경기도 최북단 연천경찰서로 발령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변두리 소극장 하나 없는 시골이라 사건 사고도 없고 업무와 여가를 적절히 즐기면서 경찰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대 1년의 생활을 마치고 교통사고조사계에서 6년간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형사'라는 칭호가 주어지는 수사과로 발령을 받아 강력팀에서 1년간 근무 한 뒤 경제범죄 수사팀에 서 '돈' 때문에 지인과 친척 그리고 가족들을 고소하고 싸우는 모습에 질려버리면서 경찰서에 고소장을 들고 나타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이 시골에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고소장을 쓸 때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는지 정말 여기가 시골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살아오면서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등록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생활비는 모두 아르바이트로 벌어서 충당했던 저로서는 경제범죄수사 팀에 '돈'때문에 가족과 친척 지인들을 죽일 듯이 달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에 저의 인생 가치관하고 너무 달라도 달라서 1년도 못 채우고 수사과장님을 찾아가서 발령 내 달라고 독대를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매년 한 번씩 다가오는 인사발령 시기에 지능범죄수사팀에 홀로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담당하던 여직원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게 되면서 제가 업무를 이어서 하겠다고 자원하였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그 직원이 하는 업무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는데 유독 여기를 방문하는 민원인 분들은 '돈'때문에 죽일 듯이 달려드는 사람도 아니었고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문화상품을 사기당했다고 게임 중 누군가 욕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만만해 보였던 게 큰 이유였습니다.
특히 연천경찰서는 경찰청에서 부여한 등급으로는 3 급지로 분류되어 있는 경찰서입니다. 급지는 관내 인구수와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따라 1 급지 2 급지 3 급지로 분류하고 급지에 따른 경찰 관수의 배치 등이 고려되는데 경기북부에는 연천경찰서가 3 급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 급지인 연천경찰서는 사이버범죄수사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지능범죄수사팀'사무실 내에서 '사이버범죄 업무 담당자'를 지정하여 처리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능범죄수사팀 사무실내에서 ‘사이버범죄 업무 담당자’를 한 명 지정해 혼자서 사이버범죄 업무를 처리하게 되고 당연히 팀장도 없으며 모든 결제나 보고는 지능범죄 수사팀장에게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임 직원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나면서 지능범죄 사무실에 혼자 얹혀서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서를 방문하는 사이버 주제와 관련된 민원인들은 모두 혼자서 상담을 하고 동시에 함께 사무실에 있던 지능범죄수사팀 직원들은 건설회사 대표를 조사하고 횡령사건과 배임사건처럼 크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지능범죄수사팀에서 회사를 압수 수색하러 갈 때는 저도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지원도 나가곤 했었습니다. 당연히 제가 하는 업무보다는 지능범죄 수사팀이 처리하는 업무가 더 무게감 있고 비중도 높았고 저는 상대적으로 젊은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특히나 방학 기간 중에 청소년들이 게임 중 욕설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러 오거나 게임 중에 아이템을 사려다가 문화 상품권 '핀(PIN) 번호' 사기를 당했다고 방문하는 청소년들은 돌려보내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게임하는 거 알아? 몰라?"
"지금 공부 안 하고 게임하다가 용돈으로 산 문화 상품권 사기당했다고 부모님한테 전화한다!"
"게임 중에 욕을 하는 인간이나 욕을 먹는 너희들이나 다 똑같아 보여!"
컴퓨터 비전공자가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시작한 것도 이상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 때문에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미래가 없고, 한심한 사람들이 게임이나 하는 거라고 아주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갑자기 사이버범죄수사팀에 진정서와 고소장을 들고 많은 사람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분들이 저에게 보여주는 스마트폰 내용을 보니 이상하게 동일하였습니다.
'우리 준이가 태어났어요. 모두들 참석하시어 축하해 주세요!'
'OO씨 이번 주 결혼식 오셔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수신한 입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목하니 결혼식과 돌잔치 초대장을 열어보지 않을 수가 없고, 초대장에 포함된 인터넷 URL 주소를 클릭해야만 구체적인 초대장 내용이 확인이 되니 누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려고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URL 주소를 누르게 되면 초대장 내용은 흐릿하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게 되고, 보일 듯 말듯한 초대장 내용이 나타나기 전에 초대장을 누른 사람의 ’ 스마트폰 연락처에 접근하는 권한을 가져가고 또한 스마트폰 소액결제의 최종 단계인 결제 승인번호를 중간에 가로채는 권한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것도 허용하시겠습니까?‘라는 결과가 초래되지만 우선 지인의 초대장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누를 수밖에 없도록 일종의 사회공학적 기법을 이용한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근무하는 관할 경찰서가 군 접경 지역이다 보니 근무 중 피해를 당한 군인 분들과 연세가 많으신 고령자분들이 너무 많이 경찰서를 방문하면서 2달 가까이 하루 종일 피해자분들 피해 신고 접수만 하다가 일과 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부대에서 훈련을 받으시던 중 초대장 문자를 눌러서 피해를 당한 군인 분들이 신고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렀다가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 시작과 동시에 스미싱 피해를 당한 분들과 상담하느라 사무실이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더군다나 통신사에서 스미싱 피해로 소액결제가 되신 분들 중 경찰서에 신고를 한 분들에 한해서만 피해금액을 환불해 준다는 공식 보도가 나온 뒤로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 더 많아지는 모습을 보시던 수사 과장님이 저를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내가 사용하던 사무실 내 줄 테니깐, 사이버범죄 사무실로 사용해!”
그 뒤로 과장님은 기존에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좁은 사무실로 옮기셨고 저는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집기들을 옮긴 뒤 정식으로 사이버팀은 존재하지 않지만 소속감을 느껴야 한다면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이라는 간판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이버범죄 수사팀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혼자 사무실에 출근해서,
혼자 믹스 커피를 옆 사무실에 가서 타서 마시고,
혼자 회의를 하고,
나 홀로 연천의 사이버범죄 민원 업무를 시작합니다.
단 저는 컴퓨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비전공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