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사이트 사기 범죄자를 잡아야만 유능한 형사입니다

직거래 사이트 사기 범죄자들은 왜 남의 돈을 가로채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by 박중현

비록 혼자 근무하는 사이버범죄 수사팀 사무실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분들께서 사이버범죄 피해를 당해서 신고를 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들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풀리지 않는 사연들을 가지고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특히 저로서는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일반 상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이 사이버범죄에 대해서 문의가 들어오면 알려 줄 수가 없어서 민망한 경우도 많았고 ‘사이버범죄 수사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선배 형사들의 얘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발령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 부서에 발령이 나게 되면 전임 근무자가 취급하던 사건을 그대로 물려받아 빠른 기간 내에 먼저 마무리하고, 온전히 나만의 사건부터 시작해야 기초부터 배우면서 시작할 수 있겠지만, 정기 인사 발령 때 대부분의 형사 업무는 전임자의 사건을 받고 추가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건을 배당받아 가면서 처리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때 전임자의 사건과 새로 들어오는 사건이 우선순위를 정해 놓지 않으면 사건이 누적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사건을 마무리해야 할 기일이 다가오는 촉박한 사건부터 정리하는 등 나만의 방식으로 타임라인을 정해 놓지 않으면 사건 처리 외에도 다른 행정 업무도 예고 없이 들어오거나 비상 사건 발생 시 업무 지원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건이 적채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발령 후 2달 정도 흘렀을 때 제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사건은 30건 정도였고 30건이라는 말은 30여 명이 저에게 사이버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를 접수한 숫자가 됩니다.

하지만 만약 30건의 사건 중 신고자가 누군가로부터 사이버 공간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의 형식으로 신고를 하게 되면 ‘고소’ 사건은 신속히 처리를 해야 하는 사건중 하나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사건을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고소 사건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카더라’ 사건과 처리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됩니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 다시 말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사건은 최초 ‘~카더라’를 전해 들은 사람이 지목되거나 특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사람부터 시작해서 최초 ‘~카더라’를 전파한 사람을 역으로 올라갈 수가 있지만 ‘온라인’은 ‘익명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특히 ‘아이디(ID) 내지는 닉네임’을 찾아서 그 아이디나 닉네임 사용자를 찾아낸 다음 신고자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적인 기분이 들 정도로 무슨 의도로 왜 그런 글을 작성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시작한 지 2달 정도 흘렀을 무렵 저에게 접수되고 상담이 들어오는 사이버범죄 중 상당히 특이하고 수사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 애를 많이 먹었던 사건들은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정리하는 습관이 저에게는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전임자 사건도 그렇고 그 뒤로 계속해서 피해자들의 신고가 들어오는 사건 중 대부분이 ‘중고나라, 번개장터’와 같은 직거래를 알선해 주는 사이트에서 물건 등을 받지 못한 ‘인터넷 사기’ 사건이었습니다.


직거래 사기 사건도 연령대 그리고 지역별로 특징을 보이는데,

10대 청소년들의 경우를 보면,

특히 초등학생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으로 문화 상품권을 구매한 뒤 ‘게임 아이템’ 거래 중 사기를 당해 문화 상품권 핀(PIN) 번호를 찾아 달라는 신고가 방학 때 많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여학생들은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 사기, 화장품 구매 사기가 주를 이루고 남학생들의 경우는 스마트폰 직거래 사기 신고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연천은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도 많으시기 때문에 농번기가 되면 농기계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시려고 구매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사기를 당해 신고를 하러 오시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어느 날 사무실에 고추 건조기를 구매하고 싶어 직거래 사이트에 ‘구매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신고자 분은 도시 생활을 접고 2년 전에 귀농해 고추 농사를 시작하려고 고추 건조기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상당히 많은 돈을 입금한 뒤였습니다.

13575857_1048796308533328_6952090729021919700_o.jpg 직거래 사이트에 농기계 구매를 희망한다고 글을 올린 피해자의 글, 출처:박중현
13585237_1048796348533324_1384583191162217263_o.jpg 등록된 피해자의 글을 보고 접촉을 시도, 출처:박중현
13580663_1048796378533321_9098270013698333171_o.jpg 피해자는 최소한의 전화통화등 확인도 없이 돈을 송금 후 피해가 발생, 출처:박중현


이 당시에는 사이버 수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밀려드는 사건들을 그때그때 처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거래 사이트에서 먼저 구매를 희망한다!'라는 글을 올리는 것은 어떤 위험이 있고 주의해야 될 사항은 무엇인지와 같은 예방책을 알려 주기도 벅찬 때였습니다.

경찰서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계시지만 사이버범죄 수사팀 사무실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저에게 접수되는 다양한 사이버 사건들 중 특히 중고나라와 같은 직거래 사이트에서 접수되는 사건들은 저에게 밀려 있는 다른 어떤 사건들보다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저에게 접수되는 직거래 사기 사건들 중 특히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사건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검거해야겠다는 저만의 사건 우선순위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고 없이 접수되는 사건을 우선순위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사건은 적채 되고 직거래 사기 사건을 최우선으로 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야간에 혼자 남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사이버범죄 수사관이라고 자부할 만큼 업무에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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