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 속성 값: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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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남대학교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고 서울 국립중앙정신건강센터에서 개최하는 교원 정보화 연수과정 프로그램에 사이버범죄 관련 사례 발표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중독 예방과 상담 그리고 심리치료를 일선에서 맡고 계시는 선생님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어서 행사 일자가 다가올수록 발표 자료를 수정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게임 심리와 사이버 문화의 이해.
인터넷 중독의 병리적 이해.
스마트 미디어 과몰입 청소년 개인상담 기법과 실체 등의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이 채워져 있었고 국립정신건강센터 과장, 엠게임 융복합 사업본부장 등 발표자분들의 이력도 화려해 이 자리에 과연 제가 낄 수 있는 자리인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라 생각하고 사이버범죄 수사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직거래 사기,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에 베팅 자금을 마련하려고 직거래 사기 범죄에 뛰어들어 구속된 피의자, 랜덤채팅으로 중학생을 만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저에게 체포되어 구속된 피의자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사실 그리고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의 필요성과 개인정보보호라는 결론으로 방향을 정하고 자료를 만들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 사이버범죄의 실제'
많은 고민 끝에 행사 관계자에게 자료를 제출하였고 교육 2주일 전 2017년 교원 정보화 연수 과정에 제가 배당받은 시간에 만들어진 제목이었습니다.
"몇 년간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를 하면서 제가 체포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20대 초반이었고 범죄자들의 연령대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발표를 시작하면서 사례들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고나라 사이트에 단순 물품 거래 사기로 시작한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를 체포하고 보니 인터넷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몇 개월 동안 밖에는 전혀 나가지 않은 채 방안에만 머무르면서 카카오톡 PC버전으로 100여 명의 접속자들과 동시에 채팅을 하면서 합성한 사진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천만 원의 돈을 가로채고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체포 당시 영상도 함께 공개하였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끊을 수가 없었어?"
쓰레기 더미로 덮여있던 피의자의 방 안에서 수갑을 채우면서 나눈 대화 내용을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발표를 이어 갔습니다.
"네 끊으려고 저도 인터넷 상담을 받아 보았는데 도저히 제 힘으로는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체포 당시 제가 차고 나갔던 액션캠에 녹화된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현장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니 모두들 집중해서 듣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례로 랜덤채팅으로 만난 중학생 피해자를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피해자를 협박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건 처리 과정을 발표하였습니다.
"피의자를 체포하고 나서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이 보관된 컴퓨터를 압수하기 위해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들고 집에 가보니 컴퓨터에 1tb(테라비이트, 1000 giga)에 해당하는 하드고어 음란물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음란물을 웹하드나 토렌트(torrent)와 같은 공유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고 있었습니다."
체포 당시의 영상과 체포 직후 피의자의 집에 보관되어 있던 컴퓨터를 압수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발표를 하였고 여기저기서 걱정 어린 한숨 소리가 많이 들려왔습니다.
"처음 친구의 추전으로 단순하게 게임으로 시작한 피의자는 자신의 제어 범위를 벗어나면서 도박중독이라는 늪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들은 초기에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납니다."
도박사이트 베팅 금액 마련을 위해 체포되어 구속된 피의자 사례를 발표하면서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인터넷 도박 중독으로 들어가는 피의자들에게서 제일 먼저 발견되는 징후로는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돈에 손을 대면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베팅하는 사실이 발각될 수 있으니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청소년들 대상으로 불법으로 고리 대금업을 하면서 도박 사이트 베팅금액을 대리 입금해 주는 '대리 입금. 델 입금'을 대신해 주는 광고가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
사채를 빌려 쓰는 것도 부족하게 되면 범죄로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나라 사기에 뛰어들게 되고 마지막에는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하게 되는 사실도 발견하였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인터넷 도박 중독 개입 시점은 사전에 징후가 발견되면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전문적인 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려 드렸습니다.
2017년도까지만 하더라도 혼자서 팀장하고 팀원도 했다가 서무까지 하다 보니 인터넷 도박사이트 수사는 아예 생각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저에게 체포된 피의자의 상태가 본인도 인정하는 도박중독 상태였음에도 전문 기관에 의뢰할 여유도 없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도박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기관과 함께 일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가장먼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북부센터를 찾아가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랜덤채팅' 서비스는 제공업체에서 사용자 및 가입자들에 대한 실명과 본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고 익명의 가입자들과 매칭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이점을 이용해 허위의 프로필을 입력하여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강조하고 대부분의 랜덤채팅 사용자들이 청소년과 성매매를 하는 도구로 목적이 변질되어 버렸음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해외 SNS 기반 음란물 유포 100일 집중 단속 기간에 전국의 음란물 유포 피의자 101명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내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였는데 모두들 랜덤채팅을 이용해 청소년과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랜덤채팅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100가지가 넘습니다!"
제가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근무하면서 강하게 주장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청소년들의 랜덤채팅 접근금지입니다.
두 사건의 피의자들에게는 '중독'이라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견되었고 바로 '도박'과 '음란물'이었습니다. 인터넷 도박에 중독된 피의자가 베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거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웹하드(web hard)와 토렌트(torrent) 같은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란물을 탐닉하다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랜덤채팅을 통해 청소년을 이용한 성착취 물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사례를 전문 상담사와 교직원들에게 발표하면서 저에게도 아주 소중한 스펙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뒤 2018년 12월 전북대학교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산에서 최초로 세계 중독의학회가 개최될 건데 그때 사이버범죄 관련 주제로 발표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년 서울에서 열린 교원 정보화 연수과정에 참석하셨던 한 교수님으로부터 다시 한번 발표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알코올. 약물. 인터넷 게임. 도박 등 국제 중독의학회(ISAM) 학술대회가 2018년 부산에서 유치하였고 이 기간 동안 한국 인터넷 중독전문가 양성 과정에 발표자로 초대되면서 그동안 제안에 갇혀있던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의 DNA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연천경찰서에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으로 발령받고 나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그다지 동기가 부여되지 않았고 특히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검거와 체포 일정으로 팀 단위가 움직여야 하는데 예방교육 때문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팀원들에게 업무에 지장을 주게 되어 가급적 예방교육 활동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번 제의를 받고 나서 갇혀있던 예방교육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현장 수사관들이라면 누구가 다 알고 있고 굳이 공유하고 싶지 않은 주제를 선정해 알려 드린 내용에 공감하고 이렇게 큰 행사에 초대해 주신 고마움의 마음이 더 컸습니다.
이번에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검거사례와 음란물 유포 피의자 101명 검거사례 그리고 국내 잠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해커 조직원 검거사례로 내용을 더 보강시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발표 전날 미리 부산에 내려가서 행사 측에서 마련해 준 숙소에 짐을 풀고 행사장을 먼저 방문해 무대 분위기는 어떤지 그리고 다른 학술회 부스에 청중으로 들어가 강연도 듣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두었습니다.
발표 당일 행사를 주관하는 교수님의 소개를 이어받아 사례와 함께 메시지를 전달해 드렸고 특히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검거 사례와 청소년들의 도박 실태에 굉장히 집중해 주셨습니다.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제도는 현재 유일하게 경찰청에서 전국 100여 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예방교육에만 전념하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도박. 음란물. 인터넷 사기. 사이버 성폭력 등과 같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이버범죄에 대해서는 예방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과 단체가 더 늘어야 합니다!"
그동안 제가 꼭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맡아 오면서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어느덧 한 순간에 이 제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많이 들고, 설령 이 제도가 사라진다고 한들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면 되지만 현장에서 예방교육을 같이 해왔던 동료들은 이게 왜 필요한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배운 경험을 함께 공유할 기관이나 단체를 찾아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저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겨주고 떠난 한 여대생이 저의 사무실을 방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