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보씨 Apr 06. 2020

취향과 시선

산적 같아, 하지 .”

수염   길러 볼까 하는  지나가는 말에  전처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때는 진지하게 수염을 길러보려고 말을  것은 아니었으나 은근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나는 일반적인 대한민국 남자보다 체형도 크고 인상도 강한 편이어서 잘못 관리하면 영락없이 산적처럼 보일 거라는 것에. 하지만 뱀도 뱀이래야 좋냐고  맞는 말이긴 하나 직접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도 가족에게서 들으니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았던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번쯤은 수염을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 중에 대다수는 깔끔하게 수염을 면도하고 다닌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관리가 귀찮다거나, 지저분해 보인다거나, 숱이 적거나 나는 부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기  좋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들 말이다. 하지만 가장  이유는 남들, 특히 여성분들의 수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이성에게 좋은 인상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내가 처음 수염을 길러보고 싶었던 것은 20 중반일 때였다. 수염을  다듬은 다른 남성들이 매력적인 남성으로 보였고  얼굴에 수염이 나는 부위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어울릴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일주일 가까이 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거울을  때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전체를 면도하는 것보다 수염을 보기 좋게 관리하는 것이  배는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작업은 정말 귀찮고 공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의욕을 꺾은 것은 주위의 평가였다. 당시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특히 여자분들은 하나같이   수염 기른 모습에 부정적이었다. 아마도 나와 그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로 젊은 편이었기에  그랬을 것도 같다. 어느  가깝게 지내던 선배 커플을 만났다.  수염 기른 얼굴을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르기 전이 훨씬 낫다고 말했고 나도  날로 바로 수염을 깎아버렸다.

올해 , 문득 수염을 길러보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샘솟았다.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은 대로  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당시보다는  관리할 수도 있을  같았다. 그렇지만 결심을 실행하기까지는 꽤나 고민을 해야 했다.   이상 20대의 혈기 넘치는 시기도 아니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이런 변화가 어떻게 보일까 고민도 되었다. 산적 같을 거라며 기르지 말라던 그녀는 이제  곁에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수염 기른  모습을 어떻게 볼까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이틀 정도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며 결국 시도해 보았고 지금은  만족스런 모습의 수염을 갖게    달이 조금 넘었다. 막상 우려했던 주위의 반응도  어울린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빨리 깔끔하게 면도하라는 부모님의 성화는 조금 있었지만 말이다.

본인의 취향이 남들의 시선과 충돌할  있다고 생각할 때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용기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취향을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모난 돌이  맞는다.” 속담을 금과옥조로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주위 시선이 걱정돼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주저하는 분들에게 내가 수염을 기르고 다니면서 깨닫게  점을 말해주고 싶다. 시도해 보기 전에는 자신과 주변인들 모두 결과는 알지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범죄가 되거나 하지 않은 인생은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짧은 인생에 후회는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 서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