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2

유령의 전시

by 공간여행자

전시 삼일째 되던 날,

전시운영 책임자인 나는

하루 동안 2층 복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오전에는 바닥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반원창에 해가 넘어가면서부터 바닥에 희미한 물결 같은 것이 일렁였다.

그것은 점점 진해졌다.

밖이 완전한 밤이 되었을 때,

작품의 모습이 비로소 온전하게 드러났다.


파도였다.

푸른 물결이 잔잔히 움직이다가 격렬해졌다.

파도가 바닥에서 높이 올라 나를 덮치지 않을까 싶었다.


‘음향까지 추가되면 더욱 좋겠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역시나 천장에는 길게 내려온 펜던트 조명들 뿐이었다.


사실 2층 복도는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양쪽의 반원창이 크게 나있어

한쪽은 햇빛을 가득 받아 복도를 밝게 비추고

내부로 향해있는 창문을 통해서는

서울역 입구 정면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역사로써 사용되었을 때 이 공간은 서울역의 ‘그릴’이라는 레스토랑의 소식당이었다고 한다.

양쪽에 창을 두고 서울역의 입구를 바라보며

음식을 즐겼을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을 상상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닥의 파도와 함께

나의 상상도 쓸려내려 갔다.


나의 감상과의 별개로

전시 작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다.


“왜 아직까지 저 이상한 영상에 출처를 알아내지 못한 거죠?

몇 년 동안 준비한 내 전시를 완전히 망치고 있잖아요!”


“죄송합니다.

원래 전시품이 없는 공간이라 천장에도 조명 말고는

추가된 기기가 없어서,,,”


“그럼 정말 귀신이라도 들렸단 말인가요?”


“내일 전시 종료 이후에 2층 전기설비 전체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결과가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전 지금 제 전시를 도둑맞은 기분이라고요!”


“죄송합니다.”


다음날 저녁,


시설팀 팀장, 이번 전시 전기반장님 그리고 나는


전시 종료 시간에 맞춰서 2층 복도에 모였다.


“아따, 파도가 겁나게 쳐버리는구먼,,,”


“2층 복도 쪽은 전시 설비 작업을 따로 한 적이 없죠?”


“없었지라. 여긴 그냥 비워둔다고 했응께.

시설 정비 같이 하면서 조명만 교체했었지.”


“아, 그때 LED 조명으로 다 교체했었죠.

혹시,,, 여기 조명부터 다시 살펴보는 게 좋겠어요.”


조명 중 하나에서 초소형 빔이 발견되었다.

유령의 전시라며 소란스러웠던 것에 비해

단순한 결과였다.


그럼, 유령은 누구일까?

누가, 어떻게,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다음 날,

전기반장님과 한 청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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