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퇴사해도 될까요?
프로 퇴사러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이 회사를 관둔 거야.
대학 졸업 후, 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하고 나온 직장이 8군데 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남들처럼, 부모님이 바라시는 대로 졸업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 줄 알았어요.
대학 졸업 후, 저는 취업이 아닌 학원을 선택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고요(흑흑ㅜㅜ저도 속았어요).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도 참 멋지고요.
1년 12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교보다 열심히 다녔습니다.
수료증을 받고 학원에서 소개해 준 인테리어 사무실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직장은 사장 1명과 생초짜 신입 나 1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저는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첫 회사의 사장님은 매번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네가 디자인 전공이 아니라서 잘 모르나 본데,,,”
학교보다 열심히 다녔던 인테리어 전문학원에서는
분명 학원 교육만으로 취업도 일도 가능하다고 했거든요.
어쨌든 저는 그 잘난 디자인 전공을 해보겠다고
대학원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가방끈이 조금 길어져서 취업을 하면 분명 뭔가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퇴사 릴레이는 계속되었습니다.
그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고요.
누군가 그런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조직 포비아’
어느 직장에 가도 조직도의 가장 아래칸에 해당했던
그 당시의 저는 그 상황이 참기 힘들었어요.
사람과의 관계, 일의 강도 이런 것들 보다,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야 하는 그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어요.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가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저에게는 가장 힘들더라고요.
네, 솔직히 제 성질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해도 되는 일들을 찾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하는 일은 내가 할 일을 정하니까 이해 안 되는 상황은 없잖아요?
그렇게 10년이 넘게 10군데가 넘는 곳을 전전하며
회사가 이상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나는 평생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매번 불안했고, 매번 다시 시작했습니다.
퇴사와 입사가 반복되니 익숙해지는 것도 생깁니다.
새로운 곳에서 원래 있던 사람처럼 어울리는 것도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의 경험은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참 유용합니다.
하지만 안정되고 보장된 삶?
이 나이쯤이라면 모아두었어야 하는 돈, 집, 자동차
이런 것들과는 많이 멀어졌죠.
인생은 참 불공평한 것 같으면서도 공평하죠.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크기와 강도가 엇비슷해요.
자 이제, 프로 퇴사러이자 프로 시작러로서 그동안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시작을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사실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 이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도 혹시 헷갈린다면, 아래 테스트를 한번 해보세요. (*오후세시 작가 만듦. 신뢰도, 타당성 없음 주의!)
지금 저 퇴사해도 될까요?
1. 나는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한바탕 회사 욕, 상사 욕을 하고 난 후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한다. (무한 반복)
2. 나의 행복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퇴근 후 여가소비의 삶이다.
3. 나는 새해 달력 받으면 가장 먼저 휴일을 체크한다.
4. 나는 외로움을 견디느니, 단체 장기자랑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5. 나는 내가 정해놓은 패턴(내 사무실 책상, 내 방, 내 생활)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
6. 나는 지금 회사에서의 불편한 또는 하기 싫은 순간을 당분간 피하고 싶다.
7.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마련할 방법을 모르겠다 또는 그렇게 쓰는 돈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만약 그렇다가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은 현재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에 가깝습니다.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 맞습니다.
회사를 나가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출근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퇴근도 정해져 있지 않죠.
출퇴근 내 마음대로니까 좋아라 할 수 있지만, 마감은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 마감을 어기면 경고를 받겠죠. 일의 경중에 따라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회사 밖에서 마감을 어기면 다음 일은 없습니다. 내 생활비도,,,(또르륵)
그런데, 망설이는 이유가 단지 나이뿐이라면,
시작하세요. 늦은 때라는 건 없어요.
제가 25살에 다시 학교에 갔을 때 저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른이 되어서 보니 그때의 저는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기 충분한 나이었더라고요.
서른 초중반을 반백수로 지내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었어요.
마흔이 되어서 보니 고민할 그 시간에 무엇이든 해야 했어요.
오십이 되어서 나의 마흔을 바라보면, 육십이 되어 나의 오십 대를 본다면 그때가 가장 시작하기 좋았던 때이지 않았을까요?
혹시 저처럼 혼자 하는 일, 프리랜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그리고 명심할 것 하나!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답니다.
나는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조직에 있을 때보다 나는 더 많은 순간 ‘을’이 되어야 하고,
나를 막아줄 방패는 없습니다.
외롭고 서러워도 하소연할 곳도 없을 거예요.
일을 하는 와중에도 다음 일을 계획해야 합니다.
나는 나라는 직원을 책임지는 사장이니까요.
그러나 모든 것이 내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습니다.
* 이 글은 퇴사 조장이나 퇴사 방지 목적이 아니며, 당신의 싱그러운 시작을 권하는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