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물건들
재택 근무, 온라인 수업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입니다.
집에 있다보니 집안에 물건들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가구 위치도 바꾸고 싶고, 필요없는 물건도, 사야할 물건도 자꾸 늘어납니다.
얼마전 즐겨보는 유투브 채널에서 ‘ 절대 못 버리는 고물단지 소개’라는 주제의 영상을 보았는데
참 재밌더라고요.
생각해봤어요. 나에게도 그런 물건이 있나?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쓸모가 없는(또는 없어진) 물건을 버리는 걸 그리 어려워 하지 않는
나에게 그런 물건이 남아있을까?
처음에는 없을 것 같았는데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이제부터 소개해 볼께요.
1. 올림푸스 펜 EE-3
엄마가 쓰시던 카메라에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결혼하실 때쯤 구입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카메라는 24장짜리 필름을 넣으면 48장이 되는 마법의 하프카메라에요.
그리고 사진이 안찍히는 상황(노출이 부족하거나, 필름을 다 썼을때)에서는
뷰파인더에 빨간색 혓바닥(?)이 쏙 올라와요.
어린시절의 사진은 모두 이 카메라로 찍었어요. 이후 전자동 카메라, 300만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DSLR, 미러리스를
거쳐 이제는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죠.
더 이상 쓸일도 없고, 사실 작동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견고한 금속 바디, 렌즈주변에 2단으로 펼쳐진 유리블록, 간결한 OLYMPUS-PEN 폰트
존재만으로 버릴 수 없어요.
앗, 그리고 배터리가 필요없다는 사실이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2. 니트 베레모(엄마손뜨개)
이것도 엄마의 물건이였어요. 처녀적에 직접 손뜨개로 떠서 쓰고 다니셨다는 베레모인데
한번도 써본적은 없어요. 옷정리 할때 한번씩 머리에 써보고는 다시 옷장에 넣어두는
역시 버릴 수 없는 물건이에요.
올 겨울에는 이 베레모에 딱 어울리는 코트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3. 브로치
엄마는 이 귀여운 브로치를 제 옷에 달아주곤 하셨어요.
중학교 들어가면서 교복을 입게 된 후로는 그냥 보관만 해두었던 물건인데
여전히 조그마한 수납함 안에 얌전히 있더라고요. 30년도 넘었는데 모양도 색상도 그대로네요.
4. 검정 모자
제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지만) 6학년때 썼던 모자에요.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아버지 지인가족들과의 연말모임에서 검정코트에 이 모자를 썼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은 노래자랑 시간에 노래도 불렀어요.난 이제 중학생이니까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으로요.)
5. 핸드백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엄마와 백화점에 갔어요.
맞아요. 이 가방은 졸업선물이였어요.
당시 명품가방은 나와는 상관없는 물건이였고(여전히 상관은 없는데 지금은 왜 갖고 싶은 걸까요),
나름(?) 백화점 제품이였는데(TMI지만, 브랜드 이름도 기억나네요. 가쪼마니),
그때는 이런 핸드백이 어색해서 물건이 많이 들어가는 다른 디자인의 가방과
엄마가 마음에 들어한 이 가방을 놓고 실갱이를 하다가 결국 선택하게 되었죠.
대학 졸업식에도 이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봐도 꽤 괜찮더라고요.
앞 금장버클은 몇년전에 직접 부자재를 사다가 교체했는데 마음에 들어요.
디자인도 색상도 지금 들어도 좋을 것 같죠?
역시 엄마 말씀을 듣길 잘한 것 같아요.
쓸모가 없는 물건은 들여놓지 않는다는 나름의 제 방침과는 맞지 않지만,
이 물건들은 저와 쭉 함께 할거에요.
다 버려도 이것들만은 버릴 수가 없는 이유는,
물건 안에 잊고 싶은 않은 이야기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