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고양이
“고양이, 좋아하세요?”
“아니요.”
포털에 올라오는 글 중에 <“고양이를 데려오면 내다 버릴 거야” 라던 우리 아빠>라고 시작해서
결국은 아빠의 최애=고양이가 되어버린 반전 사연이 있는데요.
네, 저도 처음에는 그 사연의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집안에서 같이 생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 간식보다 비싼 고양이 간식을 사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죠.
제가 시도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에요.
4년 전 지인의 소개로 한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은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사무실이었어요.
알레르기가 있었지만, 굳이 가까이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다니기로 했었죠.
그 회사에서 저의 위치는 직원들과 대표와의 중간 역할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낯선 상사가 생긴 직원들,
그리고 먼저 말을 걸어주거나, 알려주는 이가 없는 생소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저.
그러다 보니, 초반에는 긴장과 눈치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어요.
제가 먼저 말을 건네기 전까지는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점심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 예전 행사나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오면
그 대화에 끼지 못했던 외로웠던 시기가 있었죠.
음, 이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기(받아들이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 회사에 다니지 않지만, 제 기억 속에 기분 좋은 추억이 많은 회사랍니다.)
어쨋든,,,그 시기에 유일하게 저에게 먼저 다가와 준 이가 있었어요.
바로 ‘시도’였지요.
시도는 제가 온 첫날부터 마치 자기가 주인인 것 마냥 제 주변에 자리를 잡았아요.
모니터 위에, 바로 뒤 창가 자리에, 가끔은 컴퓨터 본체 옆에,,,
고양이가 위로가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냥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거든요.
이곳에 나를 경계하지 않는 이가 있구나.
어느 날은 기분이 아주 울적한 날이었는데, 귀신 같이 알고 시도가 제 표정을 살피더라고요.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는데 순간 저가 모르게 고양이한테 말을 하고 있었어요.
“왜 너도 기분이 안 좋아?”
어느새 저는 제 간식보다 비싼 고양이 간식을 사다 바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과도 고양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시도는 ‘뉴페이스’를 좋아하는 고양이였어요.)
하루는 월요일 아침 좀 일찍 출근하게 되었는데, ‘띠리릭’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로 앞에 시도가 차렷 자세로 앉아있더라고요.
주말 내내 고양이 세 마리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가,
월요일 아침 첫 출근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환영인사 같은 거랄까요?
이런 월요병까지 없애주는 고양이 같으니라고,,,
그렇게 한 일 년이 지났을 때, 아는 분을 통해 유기묘를 데려오게 되었어요.
저와 달리 제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었고,
제가 독립을 해서 본가에서도 허전하던 차였고,
이런저런 이유로 본가에서 키우기로 하면서
그렇게 담비는 저희 집 막내가 되었습니다.
담비는 예민냥이에요.
귀엽다고 마구 만지면 싫어해요.
불꽃 싸다구를 맞을 수도 있어요.
담비는 똑똑냥이에요.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저희에게 왔는데 알아서 화장실도 척척 가요.
저희 엄마는 저랑 제 동생 자랑은 하지 않으시는데,,,
담비는 엄청 똑똑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세요.(엄마 근데 고양이들은 원래 그래~)
담비는 고독냥이에요.
창가, 담요 속, 의자 밑을 좋아하죠.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요.
저는 특히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고양이들이 정말 귀여워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담비는 간호냥이에요.
집안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으면, 팔다리를 핥고, 그 옆을 꼭 지키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집 취침 담당이에요.
남동생이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붙잡고 있으면 그 앞을 지키고 있는다고 해요.
컴퓨터를 끄고 방의 전등까지 끄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엄마 옆에 가서 잔다니,
담비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요?
사실 담비를 입양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어요.
고양이를 잠깐 보는 것은 좋지만, 한 생명의 일생을 책임진다는 것은
분명 좋아만 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경제적인 부담, 공간과 시간을 함께 써야 한다는 것, 매일 먹이를 챙겨주고, 청소를 해주고
애정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을 하여도 함께 생활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비를 데려오게 된 이유는
사무실 고양이들 덕분에 고양이가 주는 위로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아무 말하지 않고 내 옆에 가만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힘이 되었거든요.
저희 가족들이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바랬고, 그런 힘이 필요한 시기였기도 했고요.
올해로 담비는 저희 가족이 된 지 3년이 되었어요.
이제 집안의 모든 결정에 담비가 우선이 되는 것을 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양이, 좋아하세요?”
“네, 그럼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