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대성당 그리고 탑
피사는 원래 예정에 없던 곳이었는데요.
그러나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피렌체로 넘어오기 위해 급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파리 - 피렌체 보다 파리 - 피사 비행기가 훨씬 저렴해서 아예 피사에서 하루를 묵고 피렌체는 기차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쳤기에 제발 파리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나은 곳이기를 바라고 바라며 피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피사는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밝고 친절하였거든요.
피사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택시 기사님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했는데 탑승전 카드결제가 되는지 물어봤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투덜투덜하시면서도 제 짐을 트렁크에 싣고 있었습니다.
기사 아저씨의 투덜거림이 무섭거나 화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거든요.
숙소 이름을 말하자 아는 곳이라며 바로 코앞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츤데레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파리보다 이곳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숙소는 2층의 자그마했지만 객실은 이전의 런던, 파리보다 넓었습니다.
게다가 숙박비는 이전의 반 가격이라니.
마감도 가구도 투박하고 낡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방학 때 할머니집에 간 듯한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편한 분위기에 잔뜩 쪼그라든 마음이 조금씩 펴졌습니다.
숙소로부터 100m 거리에는 피사의 명물 피사의 탑이 있습니다.
사실 피사는 피사의 탑 사진을 남기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기울어진 채 수백년을 버텨온 탑의 실물은 '엄청 크네' 였는데요.
눈앞의 이 거대한 건물이 기울어진 채로 서있는 모양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진에서 느끼지 못한 크기가 체감되었습니다.
사실 이 탑은 피사 대성당의 부속건물입니다.
피사 대성당은 종탑과 세례당이 있는 역사가 깊은 건축물이거든요.
세례당(Baptistery)
예전에는 성당 안에는 세례를 받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성전 입구 쪽에 세례당 건물이 있습니다.
세례당의 평면은 보통 팔각형입니다.
팔각형의 의미는 우리가 아는 7 요일 + 새로 태어난 날을 합하여 8요일을 뜻합니다.
후에는 세례당을 거치지 않고 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들어가는 일이 많아져 세례당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세례당 건물이 있는 성당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성당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피사 대성당의 세례당은 원통형 모양입니다. 대신 안으로 들어가면 팔각형의 세례조(Font)가 있습니다.
세례당 외부의 상단은 뾰족뾰족 화려해 보이는데요. 피사 대성당의 세례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이 혼합되어 나타납니다.
대성당(Cathedral)
피사의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입니다.
로마네스크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로마풍의 양식을 적용했다는 뜻인데요.
고대 로마 건축의 특징인 아치, 궁륭, 돔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양 옆의 통로가 반원형 아치로 되어 있죠. 주두는 코린트와 이오니아식이 합쳐진 콤포지트식입니다
천장은 평평한 평천장으로 이후에 나타나는 높게 솟은 고딕양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로마네스크양식은 보다 안정되고 묵직한 느낌을 줍니다.
피사 대성당은 십자가 형태의 평면 그리고 반원형의 제대공간, 앱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바실리카식 교회건물입니다.
탑(Tower)
이 탑은 피사의 대성당의 종탑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연약한 지반 때문에 공사 초기부터 기울어짐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한때 최대 약 5.5도 기울어졌으나, 현재는 보수 작업을 통해 일부 기울기를 줄였습니다.
기울어진 채 저 높은 건물(높이 약 56미터)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침부터 관광객들은 이 기울어진 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난리입니다.
손으로 탑을 지탱하기도, 탑을 일으키려고 하기도, 탑을 장풍으로 날려버리려는 동작 등 재치 넘치는 포즈도 여러 가지입니다.
이 작은 마을에도 한국인 관광객들은 있습니다. 서로 사진 품앗이로 저도 사진을 남겨봅니다.
피사는 피사 대성당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