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왜 그랬을까?
일요일 오전에 예약이라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이 없는 여행객은 오늘의 목적지로 향합니다.
9시 40분 판테온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미리 예약하길 잘했구나 셀프칭찬하며 안으로 입장합니다.
판테온 정면에는 오벨리스크가 놓여 있습니다.
(로마의 중요한 성당 앞에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가 있어요.)
기둥과 페디먼트, 그리스 신전의 교과서입니다.
한눈에 봐도 꽤 역사가 깊은 건물인 듯합니다
이 건물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무려 기원전 27년 아그리파에 의해 지어진 신전입니다. 그러나 기원후 80년경 화재와 번개로 소실되었고, 이후 118~128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이를 재건하였습니다.
신전 입구에 쓰인 ‘M·AGRIPPA·L·F·COS·TERTIUM·FECIT’라는 문구는 ‘루시우스의 아들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시절에 만들었다' 뜻입니다.
이 건물의 시작을 새겨둔 것입니다.
판테온(Pantheon)은 'Pan, 모든’ + ‘Theon, 신’을 의미합니다.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그래서 다신전이라 불렸습니다. 현재는 가톨릭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물은 그리스 신전의 파사드와 원통형 건물이 합쳐진 모습입니다. 내부는 거대한 원형입니다.
고대 로마는 최초로 콘크리트 사용하였기에 거대한 구조물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포인트는 거대한 내부공간을 덮은 돔 지붕입니다. 돔의 지름은 무려 43.5m나 됩니다. 마치 지름 43.5m의 구가 꽉 차있는 공간을 만든 듯합니다.
이 돔은 '우주'를 상징하고, 돔의 구멍은 '태양'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태양을 상징하는 오큘러스 또한 지름이 무려 9m나 됩니다.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비가 오면 어떡하지?
판테온은 신전이었기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불을 피웠을 때는 압력으로 인해 비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을 피우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빗물이 빠질 수 있도록 배수구도 두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내부의 원을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멈춰 봅니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 그 아래에는 라파엘로 산치오의 무덤입니다. (라파엘로는 판테온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해요.)
찬찬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성당 안이 분주해집니다.
아, 맞아! 오늘 일요일이지.
10시 반 미사를 준비하며 미사 참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은 외부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주 일요일은 미사를 못 봐서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오전 10시에 예약하길 잘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판테온에서 일요미사라니!
당연하지만 미사 전례 순서는 한국과 같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진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는 양옆, 앞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악수를 하거나 두 손을 합장하는 등 각자 본인 나라의 방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면 한국 사람입니다.
귀찮음을 이겨낸 일요일, 뿌듯함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