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 기와집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형태의 지붕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심화버전으로 지붕과 함께 기둥장식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서양건축의 고전이라 하면, 많은 건축가들이 그리스의 '파르테논'을 꼽습니다.
아테네 수호신을 모시는 신전으로 무려 기원전 447 ~ 438년에 지어졌습니다.
유럽의 건축들은 대부분 좁은 면이 정면입니다. 긴 평면을 가지고 있죠.
파르테논 신전의 정면은 8개의 거대한 기둥과 박공모양인 페디먼트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둥의 윗부분을 잘 보세요.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이 기둥의 머리, 주두에는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는 이를 오더라고 부르며, 크게 3가지 양식을 사용했습니다.
도리아식 오더는 원형의 형태로 가장 단순하지만 장중한 힘이 있습니다.
이오니아식 오더는 양쪽에 소용돌이 장식이 되어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찜질방에서 수건으로 만들어 머리에 쓰는 양머리로 연상하곤 합니다.
코린트식 오더는 가장 장식적인 요소가 많은데요. 식물 중 아칸서스 잎모양을 형상화하였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서양 건축이냐고요?
서양건축사 시험의 단골문제인 오더양식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에도 기둥 양식이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를 공포(栱包)라고 하는데요.
두공, 공에 쌀, 포를 씁니다.
풀어서 말하면 기둥 위 방형의 나무를 싼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더처럼 지붕을 받치는 기둥의 윗부분 장식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공포양식에도 고대 그리스 오더양식처럼 3가지가 있습니다.
실제 건축물과 함께 살펴볼게요.
수덕사의 대웅전의 지붕 이름을 한번 맞춰볼까요?
네. 맞아요.
경사진 면을 양쪽으로 맞댄 맞배지붕입니다.
맞배지붕에는 기둥 위에 공포가 하나씩 올라간 주심포 양식을 적용하였습니다.
단순한 멋을 지붕과 공포가 조화롭게 자아내고 있는 것이죠.
불갑사의 대웅전은 화려한 팔작지붕입니다.
아래 공포를 자세히 볼까요?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과 기둥사이에도 공포를 놓아 화려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다포양식이라 합니다.
다음은 조선왕실의 사당인 종묘입니다.
이곳의 공포를 살펴보면, 기둥 하나에 공포가 하나씩 놓인 것을 알 수 있는데, 형태가 조금 특이합니다.
마치 새의 날개모양을 닮았는데요.
이를 익공양식이라고 합니다. 주로 조선시대에 많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익공양식은 팔작지붕과 많이 사용하는데, 종묘와 같은 제사 관련 건물의 지붕은 맞배지붕이 국룰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지붕의 형태감과 잘 어울리도록 공포를 짝지어 만들었답니다.
맞배지붕은 주심포양식, 팔작지붕은 다포양식 이렇게 말이죠.
공포양식은 사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중, 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달받고 전파하곤 했죠.
중요한 것은 각국이 각각 고유한 방식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도 알고 보니 참 아름답지 않나요?
서양건축의 오더양식만 알기에는 너무 아쉽잖아요.
오더양식과 함께 공포양식도 꼭 기억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