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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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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Nov 17. 2019

펜과 노트 그리고 필름카메라

앞선 모든 이야기는 사실이면서도 허구다. 매일 쓴 여행일기와 남겨진 사진이 있기에 무엇을 하였는지는 사실이지만, 여행이 끝난 뒤 새롭게 글을 쓰니 허구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가운데 어떤 글은 사실이 어떤 글은 허구가 많을지 모른지만, 아직 더 많은 글이 남은 것은 확실하다.


여행에는 늘 세 가지 물건을 챙겼다. 기록을 위한 펜과 노트 그리고 필름카메라.

물론 가져간 핸드폰으로도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부지런히 기록했다. 여행을 마치면 줄어든 잔고와 바꾼 두둑해진 기록이 남았다. 기록은 현실의 나를 든든하게 만들었고, 핸드폰 속 사진보다는 그림과 글로 기록한 노트를 자주 펼쳐보았다. 부지런했던 여행 속 나를 보고있노라면 그때의 '나'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여독의 늪에 푹 빠져 마음이 공허해질때 몸을 일으켜 사진관으로 향했다. 이 과정은 여행 속에 푹 빠진 나를 건져 현재로 가게 만들었다. 사진을 보려면 버스를 타고 현상관에 가야 했고, 바깥을 둘러보다보면 삶의 기운이 느껴졌다. 현재에도 재밌는 이야기는 늘 있기 마련이니깐. 하루 지나 현상된 사진은 같은 곳에서 찍은 핸드폰 사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카메라를 꺼냈던 내 일련의 모습과 사진을 찍던 당시의 내 마음이 느껴졌다. 여행길에 가방이 무거워 옷을 하나 두고가더라도 이 세가지는 꼭 챙겼다.


캐나다로 가기 전 의식처럼 이번 여행에 어울리는 노트와 펜을 신중히 고르러 다녔다. 펜은 늘 검은색만 구입했는데 나타샤의 멋진 백발을 그리고 싶어 머리색과 비슷한 펜도 샀다. 늘 쓰던 야시카 필름카메라는 지난 여행에서 현상된 사진으로 고장 난 것을 알게 되어, 새롭게 구하고 넉넉히 필름도 챙겼다.


여행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작은 일에도 자주 카메라를 들었고, 나타샤는 나를 보고 환화게 웃어주었다. 나타샤는 내가 무엇을 찍는지 궁금해했고 밤이 되면 내게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에어드롭으로 받았다. 그러나 나타샤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보다 그림을 그리는 나를 더 좋아했다. 캐나다라고 적힌 노트에 그림과 글로 여행일기를 쓰고 있을 때면 나타샤는 옆에서 나를 지켜보았고 종종 보여달라 했다. 한국어는 읽을 수 없지만 그림으로 여행 일기를 읽었고 작은 그림들이 멋지다 말해주었다.


나타샤의 스몰토크는 그 날의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내 소개가 이뤄졌다. 기승전정이었다. 처음에는 까미노에서 만난 친구, 중간에는 한국 요리사, 마지막 즈음엔 여행 일기를 쓰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처음 소개엔 영어로 자기소개가 필요했고, 중간에는 어떤 요리를 만들었는지 사진이 필요했고, 마지막엔 여행 노트가 필요해졌다. 여행노트를 보여주면서 영어 말하기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은 이전보다 내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흥미로워했다. 동시에 내게 꼭 여행 노트를 책으로 만들라고 했고, 나타샤도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며 동의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내 여행 일기를 보여줄수록 나타샤는 내게 그림과 글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인터넷에 올려라 말하며 '어떻게 알아 나타샤와 정이 유명한 사람이 될지?' 농담을 던졌다. 떠나기 전에는 한 권의 책을 선물해줬다. The Slient Traveller in OXFORD. 영국을 여행한 중국인 Chiang Yee이 쓴 여행 기록이다. 글과 함께 중간중간 그림이 담겨있고, 외국인이 보는 여행지에 대한 시선들이 담겨있었다. 나타샤는  네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너도 해봐'라고 말했다.


그렇게 돌아온 후 잠시 멈춰 지내다 글을 쓰기시작했다.

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깐.

아직도 할 말이 많다.

 



필름카메라 속 기록 

Photo by. Jeong



펜과 노트 기록 

재즈페스티벌 속 연주자


나타샤의 정원


라쿤을 본 날


둘러 앉은 자리 


나타샤와 카드 주고받기 


나의 토템


고래를 마주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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