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We're tuff. 1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정 Nov 17. 2019

필요한 것만 사는 사람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무척 좋아한다. 엄마는 동생은 팬티 한 장 새롭게 사는 일도 몇 달간 고민하는데, 너는 어쩜 새물건을 잘 사냐고 늘 물었다. 난 늘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좋았고 사는 것은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례적으로 나나이모 와서는 산 것이 거의 없다. 물건을 살 때 고심하고 있으면 나타샤가 지긋히 나를 쳐다보며 다음번에 올 거니 좀 더 고민하라며 자리를 떠났다. 필요한 것을 찾고 있으면 집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 선물로 주었다. 산 것은 없지만 캐리어에 가져갈 짐은 많아졌다. 



나타샤의 옷차림이 늘 비슷해 사진만보면 같은 날 같았다. 남색 맨투맨 위에 노란색 바람막이, 카키색 바지와 편한 신발, 짐의 무게에 따라 영국에서 산 가방을 메거나 여러 번 고리를 수선한 갈색 가죽 가방을 멨다. 나타샤의 옷차림은 비슷했지만 하루에 한 번씩 가지고 있는 것들을 쓰다듬으며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부엌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 보였지만 오래전에 구입했던 것이거나 물려받은 것이었고 여러 번 빅토가 수선해준 흔적이 있었다. 나타샤는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오래 곁에 두는 사람이었다.


나의 캐나다 여행 계획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나타샤가 부자가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선뜻 여행경비를 내준다는 나타샤의 말이 떠올라 '역시 그런 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정말로 나타샤는 추워서 산 옷과 양말, 식료품 그리고 여행의 모든 것을 지불했다. 나는 나타샤에게 내 지갑을 보여주며 '내가 낼게요!' 했지만 단호하게 'No'라 했다. 받았지만 받아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될 때쯤 나타샤에게 까미노에서 만난 사람 중 이곳을 온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나타샤는 그렇다고 했고 나는 세 번째로 이 곳을 찾은 까미노 친구라 했다. 나타샤는 그들이 올 때면 나처럼 함께 여행을 다녔고 여행경비를 지불해줬다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밸런타인데이에 돈을 보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나타샤는 말했다. '나는 늙었고 더 이상 물건도 돈도 필요하지 않아. 내겐 정원이 있어 음식도 많고 이웃과 나눌 수도 있어. 더 이상 새로운 물건은 내게 필요 없어. 그래서 가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 저번에 온 독일 친구에게도 돈을 보냈고 그녀는 벌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샀어'라고 말하며 냉장고에 붙인 사진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나타샤는 무엇을 사는 일보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시간을 들였다. 교사를 퇴직한 후 유치원에 나가 선생님을 도왔고 정원에 작물이 가득해지면 이웃들이 가져갈 수 있게 하였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며 관련하여 유투브와 뉴스를 보고 지구를 지키는 일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후원을 했다. 스몰토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가진 것을 주거나 새로운 것을 선물로 주었다. 나타샤가 가진 물건들이 더 이상 낡지 않고 빛나 보였다. 나타샤가 터프함을 말할때도 멋졌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에 반했다. 여행이 끝나면 다음 직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도 고민이 되었지만 그보다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 나도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넉넉히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전 13화 We're tuff.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