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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Oct 04. 2023

06 이벤트 애플리케이션 제작은

에피소드 3 - 이벤트 홍보용 어플 제작의 현실

이벤트 기획과 실행을 하면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 중에 참으로 선호하지 않는 것을 묻는다면 바로 딱 하나 있다.

나의 경우, '제발 이것만은...!' 하는 일은 사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다.


보통 어르신들이 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꼭 어플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신다. 놀랍게도 젊은 분들 보다는 높은 연령대에서 선호도가 더 높다. 높은 연령대의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젊은 감각'이란 그저 '핸드폰으로 뭐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혹은 그분들에게 그저 어렵고 복잡한 PC를 켜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모바일 앱이 훨씬 유용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켜서 '이게 이번에 우리가 하는 행사야~'하고 보여주기에는 그만큼 유용한 기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통 이벤트 기획을 하다 보면 대부분 공식 웹사이트를 공식 소통창구로 이용한다. 온갖 안내, 신청, 자료다운, 홍보, 문의는 웹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웹사이트에 많은 힘을 쏟는다. 참가자가 마주하는 우리 행사의 첫 얼굴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그 외적으로도 전 세계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특히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각종 SNS 홍보는 기본적으로 하는 홍보활동이다. SNS도 여러 가지라 각각 형식에 맞춰서 준비하는 것도 꽤나 품이 들어간다. 그런 와중에 모바일 앱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속으로 'OMG'를 외친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조그만 화면 속에 갇혀 오타와 각종 오류들과 씨름까지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말 절망적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모바일앱을 만드는 걸 좋은 홍보수단으로 생각하는 기획자도 있을 수 있다. 이 글에서 얘기하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나의 선호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 모바일 앱을 만드는 건 좋아하는 기획은 아니었다.

 





모바일 앱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 경우 단점과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수없이 많아 골칫덩어리인 적이 많았다.


먼저, 안드로이드와 애플 앱스토어가 달라 스토어 등록부터 쉽지 않다. 특히 애플스토어는 뭐가 그리 까다로운지 기능도 제한적이고. 기능에 따라 스토어 등록 심사도 깐깐해서 오래 걸린다. 회비나 등록비를 앱에서 결제가능하게 하려면 심사는 더 까다로워진다. 계속에서 등록이 리젝 되는 경우에는 시간에 맞춰 오픈을 못하게 되는 수도 있다. 지인찬스나 권력을 써서 심사를 앞당기거나 통과시켜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담당자만 속이 썩어 들어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구버전의 폰, 특정 기기, 태블릿 등에서 작동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꽤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앱이 설치가 안 된다고 온 분을 봤더니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폰을?' 이런 경우도 있었는데 또 VIP여서 대응이 매우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


특히나, 요즘은 기종과 버전이 다양해지면서 화면 비율 또한 다양한데 반응형으로 개발을 한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개개인별 기기설정이 다르다 보니 내 옆사람과 내 화면이 다르게 나오는 상황이 일어난다. 쟤는 되는데, 나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화부터 나있다. 그들이 찾아오면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설명에 설정을 변경해 주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에만 한세월이다.


높은 확률로 민원도 폭발한다. 어르신들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줄 모른다며 등록데스크든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핸드폰을 들고 찾아오신다. 설치해서 켜드리고 나면 이내 몇 번 눌러보고는 글씨가 안 보인다거나 사용방법이 어렵다며 행사가 끝날 때까지 다시는 켜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화를 내신 것에 잘 대응한 것 치고 보람이 없는 상황이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디자인이 어떻고,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겠고, 개선사항과 요청사항을 시시각각 쏟아낸다.






개발업체들도 업체들마다 경험치가 달라 어플 퀄리티도 차이가 많이 난다. 디자인 능력부터 시작해서 다들 경험이 많다며 제안서를 내지만 미팅해 보면 행사 어플 만드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이런 이런 것을 반영해달라고 할 때 너무 당연한 걸 이해 못 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 그냥 이렇게 하시면 안 되나요?'라는 곳도 있다. 계약할 때는 뭐든지 다 만들어줄 수 있다며 큰소리치더니 막상 일을 시작하니 '어, 그건 저희는 못하는데요?' 하며 추가견적을 스리슬쩍 들이미는 곳도 태반이다. 물론 잘하는 업체는 정말 '와~' 소리 나게 잘해주기도 하니 업체를 어디로 선정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업체 선정이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질 때가 많다.


어플을 개발하는 비용과 노력보다 효용이 크지 않은 경우가 제일 힘이 빠질 때다. 힘들게 개발했는데 제로 사용자가 많지 않다거나 행사 때만 반짝 쓰고 다시는 쓰지 않는 1회성 앱이 될 경우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어플을 제작할 때 가능한 한 다양한 기종에서 테스트하고 오타 없는지 검수를 수십수백 번 한다. '더 이상 내 눈은 이제 안 보여'가 될 때까지 검수를 한다.


문제 부분이나 오류사항을 개선하는데 몇 날 며칠을 쓰고 자기 전에 누워서, 화장실에 앉아서도 한 번이라도 더 켜서 검수하는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영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어플 개발만 맡았다 하면 행사 끝나자마자 퇴사하는 일도 여럿 봤다. 아마 그 조그만 화면 속에서 질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간 몇 번의 어플 개발은 결코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한번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어플만은 만들자고 안 해주심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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