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떨어진 곳에서 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 모든 설움을 끝내 떨쳐내지 못한 눈물은 소리가 되어 점점 커진다. 마침내 문턱을 넘은 아이는 아이고, 하며 주저앉는다. "살려주세요!" 절망의 끝에 선 이는 처음 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 절절함에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 앞으로 앉고 자리에 앉아 주세요. 움직이면 다치니까 꼭 끌어안으셔야 해요."
아이는 발버둥을 치고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이가 하는 대로 꼭 잡고만 있는다. 아이는 뒤돌아 엄마를 안거나, 옷이 늘어나고 팔이 잡아당겨지는 수모를 마다하지 않고 버둥댄다. '앞으로 앉혀서 어머니는 아이 팔이 움직이지 않게 꼭 안아만 주세요. 옷은 저희가 내릴게요.' 간호사는 옷을 주욱 내려 어깨와 위팔을 보이게 하고, 나는 주사기를 사정없이 찔러 넣는다. 그토록 애원하던 아이는 주사액이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놓지 마세요' 하고 외친다. 이미 다 끝난 후에도 주사를 놓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어쩜 저희 아이만 이렇게 유난스러울까요..."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나는 멋쩍게 웃는다. 하지만 지치고 피로한 속에서도 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접종과 죽음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으니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수십 년씩 생각하고, 막연히 두려워하다가 닥치면 애원한다. 내세에 대해서라면 전문가인 종교인들도 마찬가지이고, 독실한 신앙을 가진 이들도 마찬가지다. 죽음은 피할 수 없고, 다가오는 내내 두려우며 임박하면 더욱 공포스럽다. 언제 어느 때 닥칠지 모른다. 죽은 후에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명확히 알고 있다'는 사람도, 죽음 후에는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고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들에게 죽음은 정말로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접종과도 같다.
아이들은 피할 수 없는 주사가 다가오는 것을 진실로 죽음처럼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늘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데도 다가오고 있다고 상상하고, 알코올 솜을 문지르면 너무나 무서워서 그게 솜인지 바늘 인지도 모르고 아프다고 아우성을 하는 것이다. 접종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맞고 난 후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은 피해 갈 수 없다. 병원에 들어오면서부터 맞기 직전까지도 그 끔찍한 예기불안에 시달리는 것이다. '잘 알면서 왜 무서워해. 별 거 아니잖아. 너 말고 무수한 아이들이 다 주사를 맞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2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남김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죽기는 두렵지 않은가. 아이의 공포를 달래 주는 결국,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는 점에서는 접종과 죽음이 유사하지만, 다소 다른 몇 가지 때문에 우리는 접종 시 주의사항을 알아야 한다. 다소 다른 점이라면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번 생에서 죽음은 한 번뿐이지만 접종은 상당히 여러 번이라는 것(심지어 만 1세 접종은 줄이고 줄여도 6가지나 된다), 어떻게 죽든 죽은 후에는 그 과정이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접종은 잘못하면 상처가 남는다는 것,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접종을 당한 아이는 말이(그리고 울음도) 많다는 것. 그 때문에 우리는 접종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잡는 법'과 '말하는 법', 그리고 '사후 대처'이다.
1) 잡는 법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붙들고만 있거나, 옷을 내리거나 올리는 것을 도우려고 한다. 하지만 보호자는 보호자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바로 아이를 안는 것이다.
보호자는 반드시 아이를 앞으로 앉히는 것이 사고를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된다. 아이의 팔에 주사를 놓을 때는 팔이 자유로우면 안 된다. 아이를 마주 보고 안으면 아이를 아무리 꽉 잡아도 아이의 팔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 아이는 앞으로 보도록 하여 팔을 보호자의 팔로 감싸서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아이의 다리는 보호자의 다리 사이에 끼워 다리도 못 움직이게 한다. 팔만 잡아 끌어당기면 팔이 빠질 위험이 있고, 뒤돌아서 앉히면 팔이 움직여서 날카로운 주삿바늘에 주욱 그일 소지가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주사 자체가 아니라 예기 불안이기 때문에, 빠르게 제압해서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성인은 한 가지만 잘 지키면 된다. 힘을 빼는 것이다. 그냥 빼는 것이 아니고 축 늘어뜨리는 것이 핵심.
2) 말하는 법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주사 안 놓을 거야', '오늘 뭐 안 할 거야', '네가 잘못해서 놓는 거야' 등등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사를 놓지 않겠다고 속이면 그다음부터는 병원에 올 때마다 지옥이 되풀이된다. 오늘 주사를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일단 맞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발버둥을 칠 것이고, 진료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잘못해서 접종을 한다'는 개념은 주입시켜서는 안 될 개념이다. 벌이 되기 때문에 아이는 빌거나, 착한 아이가 되면 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주사=나쁜 것이라는 신념체계가 공고해진다. 물론 해서 되는 말도 있다. '너에게 도움이 되라고 하는 거야.' '오늘 힘들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잘했으니까 간식을 사줄게.' 등등
*성인은 한 가지만 잘 지키면 된다. 그것은 바로 맞아야 할 날짜에 맞는 것이다.
3) 사후 대처
접종 후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멍울이다. 1cm 정도의 종괴가 만져지는데 사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4주 정도에 걸쳐 사라지며, 잘 놓는다고 안 생기고 실수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굳이 풀어줄 필요는 없다. 잘 만들기로 알려진 백신은 파상풍 백신. 크기가 크거나, 특히 위팔/허벅지 전체가 부을 정도로 클 때는 접종 간격을 많이 조절해야 하므로 병원에 알리고 수첩에도 적어두었다가 잊지 말고 다음 해당 백신 접종 때 알리는 것이 좋다. 그다음으로 흔한 것은 발열. 4개월 미만의 아이는 특히 안전성을 입증받은 해열제가 없기 때문에 더욱 당황하게 된다. 아이의 체온과 같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전신을 닦아 주는 것은 해열제와 동등한 효과를 지닌다. 특히 체표면적이 체중에 비해 넓은 영아들은 효과가 더욱 좋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40'C까지의 열은 머리를 둔하게 한다거나 하는 장기 부작용은 없지만, 열 경기의 소인이 있는 아이는 경련할 수 있으므로 미리 낮춰주는 것이 좋고, 38~39'C 이상의 열이 있는 경우 예진표 작성 시 부작용 칸에 적어 주는 것이 좋다. 발열이 가장 흔한 백신은 경험상 폐구균(특히 프리베나). 면역 작용으로 인한 미열은 나쁜 것은 아니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항체는 일반적으로 검사하지 않으며, 굳이 늘 할 필요는 없다. B형 간염의 경우 단 한 번이라도 항체가 발견된 적이 있으면 그 후의 검사 결과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스케줄 Tip>
홍역, 수두 등의 생백신(단백질이 아닌 약독화된 균 또는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백신)은 하루에 같이 맞거나, 아니면 4주 이상 간격을 띄워야 한다. 생백신과 사백신, 사백신과 사백신은 특별히 꼭 지켜야 할 접종 간격은 없다. 먹는 백신은 투여 경로가 달라 간격을 꼭 지키지 않는다. 어린이 국가 예방 접종에서는 홍역, 수두, (생백신으로 선택할 경우) 일본뇌염 백신들이생백신이다. 성인은 대부분의대상포진 백신이 생백신이다.
이 세 가지를 지키면, 죽음과도 같은 접종을 그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다시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