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다 했어?" 퇴근하자마자 날카로운 한마디가 딸을 향해 날아간다. 학교에 다녀와서 나른하게 쉬고 있던 딸아이는 엄마의 비수꽂힌 공격을 받자 핑하니 토라진다. 좋은 대답이 나올리 없다. "아직. 나도 이제 왔어. 조금 쉬면 안돼?" 딸아이의 욱하는 대답을 들은 엄마는 더 세게 나가야 한다고 직감한다. "학교갔다오면 숙제를 해야지. 학생이 무슨 숙제도 안하고 쉴생각만 하고 있어.뭐래 저게 진짜." 쏘아보면 싸늘하게 내미는 말에 아이 또한 지지 않는다.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해. 엄마가 뭘 안다고 아는 척이야. 짜증나게" 금새 집안 분위기는 살얼음판이 되어버리고 날카로워진 모녀 사이, 차가운 기온만이 감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 엄마가 건네는 말투에서부터 틀렸다. 날카로운 공격의 말투에 부드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거라 착각했던 엄마의 태도가 잘못이다.
사춘기의 딸아이에게는 언어능력이 발달하면서도 뒤쳐진다. 말뜻을 이해 못하는가 싶으면서도 말의 뉘앙스는 귀신같이 눈치챈다. 엄마가 전달하는 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말의 분위기이다. 어떤 분위기에서 말을 건넸느냐에 따라 아이의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내용이 무엇이든 부드럽게 접근하면 아이는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공격적으로 내뱉는 말에 아이는 반항부터 하고본다. 뭔가 자신에 대해서 공격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춘기 딸아이는 안다. 이 말에 가시가 돋혔는지 사랑이 담겼는지를.
딸아이에게 엄마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말투부터 고쳐보라. 분위기부터 만들어보라 부드럽고 수용적인 분위기에 메시지를 담아보라 아이 또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수용적으로 엄마의 요구를 받아줄 것이다. 말은 메시지보다 말투, 분위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시기 아이의 사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