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키우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키우기 쉬운 11가지 식물에 대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식집사가 된지 1년도 안된터라 궁금했습니다. 어떤 식물을 키워야 실패하지 않는지요. 거기 나온 식물들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무척 잘 자라고 있는 아비스 고사리나 화이트 사파이어들 이었지요. 내가 잘 키운 덕분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과습이 오더라도 건조가 되도 어지간히 살아나는 식물들이었습니다. 영상을 보다보니 커피나무가 등장했습니다. 수국도 있었지요.
"아 맞다. 나 저런 것들도 키운 적 있었는데."
기억 저편에서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식물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요. 맞습니다. 키운지 얼마 안되어 죽여버린 것들이었습니다. 분명히 키우기 쉽다고 화원에서 인터넷에서도 말해서 구입했거든요. 그런데 우리집에서는 잘 자라지를 않았습니다. 한동안 얼음상태로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분갈이 과정에서 뿌리가 상처 입었을 수도 있구요. 환경이 바뀌었으니 적응하려고 그러는 면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변화가 없다가 어느날 일어나보니 누렇게 변해있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아파하다가 더 이상 희망이 없어지기도 했구요. 그런 녀석들을 보며 나는 늘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만."
아무리 예뻐하고 정성을 들인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었습니다. 나의 정성과 식물의 성향이 맞아야 하는 거더라구요. 그때부터 생각했지요. 언제까지나 식물에게 끌려다니지 않기로요. 죽놈줄 살놈살이니까요. 어차피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 것과 상관없이 죽을 놈은 죽고 살놈은 살게 되어있더라구요. 그러니 진인사 대천명으로 나는 최선을 다하되 식물들이 살고 죽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나는 내 나름의 돌봄을 하리라 마음 먹었지요.
생각해보면 식물만 그런 건 아니에요. 식물과 똑같이 내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있지요. 바로 자식키우는 일 입니다.
"어떻게 내 자식인데 75점을 맞을 수가 있지?"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삐져 나온 말입니다. 항상 좋은 점수만 받아봤던 나였기에 노력했는데 70점대 점수가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더군요. 열심히 해서 지난번보다 좋아졌으니 칭찬받기를 바라는 아이에게 나는 끝내 칭찬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나와 다른 아이이고 아이도 나름 노력했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용납이 안되더라구요. 내가 경험했던 그 작고 작은 세상의 기준에 맞대어 아이를 바라보니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럼에도 나는 그게 문제인줄도 모르고 다시 학원에 가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하라며 아이를 떠다밉니다. 아이도 답답할 노릇이지요. 이렇게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결국 둘 사이가 안좋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날텐데요. 그런 미래를 알지도 못한채 나는 내 기준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나에게 점수가 아이 키우는 기준인 것처럼 남편에겐 또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에 맞추느라 지금 애를 쓰고는 있는데요. 모르죠. 언제 아이가 나 더이상은 못하겠노라고 나자빠질지요.그때 후회하고 되돌리려고 해봤자 의미없는 일일텐데요. 그땐 내 잘못은 보지도 못한채 지쳐버린 아이를 원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역시 "될놈될"이라는 말을 떠벌리면서요.
식물을 잘 키우는 것과 아이를 잘 키우는 것 모두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노력을 한다음 안되면 식물과 아이를 원망하고 있는데요. 그러기 전에 식물과 아이에 대해 공부해야겠지요. 유심히 살펴보고 매일 관찰해야 할 겁니다. 아이들이 버거워하지 않을 정도록 내가 서포트 할 수 있도록요.
겨울이 다가옵니다. 혹한기에 우리집 식물들이 또 걱정이네요. 어떤 식물들이 또 살아내고 죽어나갈지 신경이 쓰이는데요. 큰 추위를 맞이하기 전 한녀석 한녀석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요. 녀석들을 알고 하나하나 맞춤으로 돌봐주어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나가는 녀석이야 어쩔수 없겠지만요. 진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나 좋쟈고 나만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살놈은 살고 죽을놈은 여전히 죽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식물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식집사로서 내가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한 것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