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이 꺼끌꺼끌하고 아픕니다.
뜨거운 것을 먹어서 데인 것도 아닌데 몇일전부터 이상하네요.
유독 피곤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주와 같은 어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궁금하지만 알수 없습니다. 혀끝으로 갈라진 입천장을 만지며
이상하다 이상하다만 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 길에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10월인데도 제법 날씨가 쌀쌀합니다.
더 이상은 생머리가 어울리지 않아 버티다 버티다 파마를 했는데요.
삼총사 달타냥 갔습니다. 머리길이가 애매해서 그렇겠지 한동안 묻고 다니다가
기르면 되겠지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저만치 도로변에서 리어커에 폐지를 가득 실은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리어카 한가득 폐지를 담았습니다.
하나라도 떨어트릴세라 꽁꽁 동여맸는데요. 첨에는 뿌듯하겠다 싶었습니다.
일곱시가 넘은 이른 아침인데 저만큼이나 폐지를 주웠으면 꽤 소득이 좋은 편이니까요.
그런데 리어카를 운전하는 할아버지를 보자 순식간에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나도 버거워 보였거든요.
폐지가 가득 담겨 벌이로서는 성공일지 모르나 할아버지의 얼굴을 가득 장식한 굵은 주름과
이마의 땀방울, 하얗게 새어버린 얇은 머리카락은 그 폐지들을 너무 크게 보이게 했습니다.
폐지가 할아버지를 이내 삼켜버릴 것만 같았지요.
앞쪽으로 잔뜩 기울여 무거운 발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데 출근만 아니었으면
뒤에서 리어카를 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무거운 리어카를 끌며 뒤에서 오는 차를 피하느라 연신 뒤쪽을 흘깃거렸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에서 쎄한 느낌이 올라왔습니다.
'버겁구나. 나 지금 내 삶이 버겁구나.'
얼마전부터 유튜브 영상을 보면 그렇게 눈물이 울컥 울컥 거립니다. 삼십대의 직장생활을 그리며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도 울컥, 자녀와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아들을 보면서도 울컥입니다. 유튜브반 보면 무슨 이유인지 알 수없게 눈물이 온 베개를 가득 적십니다.
'내가 왜 이러지.'
전반적으로 기분이 다운되고 재미있는 것이 없습니다. 수다도 힘이 있어야 떨텐데요. 말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전화가 와도 왠만하면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합니다. 한번 통화가 시작되면 얼마동안 맞장구를 쳐야할텐데 그만큼의 에너지가 없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찌푸드드 하고 쑤신데 마음또한 그렇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인 것처럼 뿌애서 웃을 힘도 없다는게 맞겠네요.
'나 우울증인가. '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기적으로 하던 생리가 갑자기 20일도 안되서 또 터져나오면서 더 그랬습니다. 아랫배는 살살 아픈듯 하고 배는 갑자기 더 불뚝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달고 맛있는 탄수화물은 자꾸 땡기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직장에서는 마스터급의 전문가를 기대하기에 열의를 다해서 일해야 하구요. 집에 오면 아이들이 나를 기다립니다. 이불하나 개지 않으면 저절로 정리되는건 하나도 없구요. 집안 구석구석 대청소를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못해 잔 먼지들이 구석구석 쌓입니다. 집안이 지저분해지는 것 같아 몸을 움직여 청소를 해야지만 직장에서 지쳐버린 몸은 눕고 싶다고 아우성이구요. 겨우 몸을 일으켜 아이들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몸이 하나 둘 삐걱대니 운동도 게을리 할 수 없는데요. 운동하러 가는 길이 천리만리나 되는 듯 합니다. 저녁을 해놓고 운동을 하고 있으면 연신 하품이 나오지요. 그 와중에 부모님 안부도 챙겨 물어야 하구요. 함께 나이들어가는 남편의 이런저런 하소연도 들어야지요. 언제쯤 정리 해고 될지도 모른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나의 직장생활 부담은 커지구요. 그때까지 내가 과연 버틸수 있을까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하나 놓을 수가 없지요.
너무나도 버거워 보이는 리어카를 힘겹게 한발 한발 끌고 가는 할아버지처럼 말이죠.
그랬었구나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에 힘을 주어 지하철로 들어섭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지각할 수 있으니까요.
집을 나서는 순간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려야합니다.
오늘도 버겁지만 해내야하는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