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Nov 08. 2023

그대 잘하는 것을 찾았는가.


 지난 주말 정준희 교수님 특강을 들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과 실제 만나는 사람의 기운은 확연히 다르잖아요. 화면에선 매력적이고 스마트해 보이는 교수님이 어떤 아우라를 가진 분일까 궁금했었지요. 무리를 해서라도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강의를 들었는데요. 교수님의 여러 이야기 중 나를 자극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참 복받은 사람입니다. 운이 좋았지요.  제가 질문이 두렵지 않게 해 준 네명의 스승이 있었거든요. 첫번째는 형이었습니다. 제 과한 질문을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고민해 준 첫번째 은인이죠. 저에게는 좋은 선생님들도 계셨어요. 제 질문을 꺾지 않고 성의있게 들어주셨죠. 고등학교와 대학교때 좋은 친구들을 만나 배울 기회가 많았고 많은 걸 나눴어요. 게다가 유학하며 공부할때 그 아카데믹한 자료들이 한번 더 저를 키웠죠. 제가 받은 만큼 나눠주고 싶어요. 그래서 유튜부를 열었구요. 거기서 아카데믹한 것들을 나누는게 제 사명같은게 되었지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옳다구나 싶었어요. 저도 저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제가 중학교에서 오래 근무했는데도 막상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키려니 무서웠어요. 실상 아무것도 모르겠고 궁금한게 많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면 좋겠다 했지요. 사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드리고 싶었구요. 저 또한 아무도 부여하지 않았지만 나누고 싶은 것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어요. 교수님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지요. 기왕지사 사명감을 가지고 할거면 잘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어요. 유튜브 운영 삼년차가 넘어가니 하던대로 하는 면도 많았거든요. 제대로 말하는 스킬도 배우고 전달하는 방법도 공부해서 제대로 전달하자 싶었습니다. 아나운서의 말하기 스킬 책도 사고요. 유튜브에서 낭독하기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이트에서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전혀 모르던 부분에 대한 기쁨도 생겨났지요.


이 나이 먹어서야 비로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았어요. 어릴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 내 길이 이제서야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향해서 저벅저벅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내 의지에서 시작하는 일이니까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스무살은 너무 어려웠어요. 흔들리고 또 흔들렸어요. 내 앞에 막막한 안개가 가득 끼인 것만 같았습니다. 내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망설이가 끝나버렸지요. 삼십대는 결혼이라는 큰 줄기가 하나 자리잡으면서 안정감이 생겼지요. 그런데 그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는지 몰라요. 아이 하나를 사람구실 하게 만든다는 건 내 몸을 갈아넣어야 하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아이가 제 몸 하나 가눌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선뜻 마흔이 내 앞에 다가왔습니다. 성성하던 몸이 하나둘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눈도 안보이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지요. 이제 돌아와보니 늙음밖에 남지 않아 헛헛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쓸쓸하고 외로웠지요. 곁에 머무는 사람도 머리카락 숫자만큼이나 듬성듬성 했으니까요.

그렇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 내가하고 싶은 것이 삐쭉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유튜브도 글쓰기도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것들과 연결되어 고구마 캐 올리듯 좋아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래서 슬프다고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했나봅니다. 눈과 귀는 어두워지지만 지혜가 생기고 마음이 선명해지는 시기가 오니까요. 나이들며 새로운 방향성과 목표가 생기니 참으로 즐겁습니다. 예전처럼 빠르게 가진 못하겠지만 느리더라도 하나하나 이뤄가는 나를 보며 실컷 격려해주려구요. 이제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진 겨울이 가르쳐 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