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바람

by 호원샘

출근길에 라디오처럼 들었다. 분량도 딱이었다. 공교롭게도 일기를 쓴 지 삼일 째 되는 날, 하루를 여는 영상이 '작심3일 N회차' 첫 화라니. 예사롭지 않다. 물론, 일기 쓰는 날에 맞춰서 찾아본 것은 결코 아니다. 최성운 PD의 팬인데, 그의 SNS 스토리를 보다가 공교롭게 해당 영상 링크가 있었다.


영상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늘의 하루를 관통했다. '실패의 찬란한 역사'에 대한 최성운 PD, 자신의 이야기다. 팬으로서 이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다시 들어도 흥미롭다. 나 역시 예술을 동경한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바람이자, 뿌리치기 힘든 바람이다. 세이렌의 노래다. 아니하고서는 못 배기는 무엇이다.


나의 독특한 버릇 중 하나는 듣고 싶은 말을 기가 막히게 찾아 읽는다. 예술을 권하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지면 중 상당 부분을 음악교육에 할애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작곡한 피아노 곡은 지금도 전해진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온다. 쇼펜하우어는 점심 식사 후, 플룻을 자주 불었단다. 니체 본인이 한때 존경했던 쇼펜하우어를 비판하면서 언급했던 사실이 그거였다. 염세주의자가 플룻이라니! 공자는 말해 무엇할까. 공자는 음악가였다.


허무맹랑한 내 꿈의 근거는 탄탄하다 못해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학에 편입하여 2년간 너무 즐겁게 배웠다. 그러나 "밥 벌어먹고 살겠냐"라는 질문에 한없이 작아진다. 나는 고흐처럼 살고 싶지 않다. 불후(不朽)의 명작이라니. 누누이 스스로에게 얘기하지만 가볍게 살고 싶다. 수 틀리면 36계 줄행랑이라도 치는 것이 나답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타인을 제치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다.)


오늘 퇴근하자마자 한 것은 씻지도 않고 악기 앞에 앉았다. 전공실기 때 배웠던 것을 다시 암보했다. 다시 하지 않으면 손이 까먹는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뜩 난다. 하지만 물질은 거들뿐, 나의 마음을 가득 메우는 것은 '좋음'이다. 좋음. 좋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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