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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Nov 02. 2022

29. 군대만 아니었다면 미라클모닝이겠지

내 겨울의 소소한 행복이여


 한 겨울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산 정상에 오르면 누릴 수 있는 설경에서? 레저와 휴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고급 스키장에서? 온몸을 따스히 녹여주는 해외 온천 여행에서? 모두 각자의 행복이 있겠지만, 내게 겨울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두꺼운 이불을 덮은 채 따따한 방바닥에 누워 시장 검정색 봉다리에 무심히 담아온 귤 몇 개 까먹는 일. 그 순간의 아늑함은 더할 나위 없다.



 분명 내게 겨울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멀어도 드럽게(?) 멀리 있다. 여긴 군대다.



 이른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거대한 애벌레 같은 침낭에서 기워 나와 옷을 갈아입는다. 각을 잡아가며 침구류를 정리하고 곧바로 건물 밖으로 나간다. 아침 점호다. 들숨엔 코털이 얼고 날숨엔 허연 입김이 피어오른다. 그럼에도 움츠린 몸을 깨워 도수 체조를 하고, 종종 전투복 상의를 벗은 채 구보를 한다. 때론 러닝셔츠까지 벗게 하는 당직 간부가 있는데, 맨손 체조에 이은 (반)맨몸 달리기 세트다. 비록 내 소소한 겨울 행복은 갖다 버렸지만, 군대만 아니었다면 초초초 미라클모닝이다.



#미라클모닝 #자기관리 #운동하는남자 #평일일상 #좋아요반사



 한 겨울의 어느 수요일. 어김없이 미라클한 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든든히 아침밥을 먹고 주머니에 꽂아 넣은 작업용 목장갑을 재차 확인하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길 기대했다. 본격적인 일과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행정반에서 나온 간부 한 명이 나를 불렀다.



"빨리 일계장으로 갈아 입어."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맥락을 이해시킨 뒤 업무를 요청하기. 일단 시켜놓고 이유를 알게 하거나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음을 느끼게 하기. 



 당시 내 상황은 후자에 가까웠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급하게 다시 A급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직 내가 꼬치꼬치 이유를 물을 짬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일이 최소한 그냥 이유 없이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건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간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지휘통제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엔 우리 부대의 가장 높은 간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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