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miLuna May 14. 2020

이게 무슨 뜻이었더라

20년 경력 운전자도 헷갈리는 교통 표지판 의미들 

핀란드에 도착하자마자 Day 2부터 남편은 운전을 해 보라며 자동차 키를 내밀었고, 20년이 넘는 무사고 운전경력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뭐 이래 저래 차 팔고 몇 개월 쉬긴 했지만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 있게 운전석에 앉아 차를 끌고 도로로 나섰다. 


일단, 길을 모르는 건 차치하고 얼마 안 가서 남편이 조수석에서 속도를 줄이라며 한 소리 한다. 규정속도 40인데 난 50으로 가고 있던 것. 음... 한국에서는 이 정도는 별 문제없었던 거 같았는데 멋쩍어하니 설명해 준다. "핀란드에서는 규정속도는 규정속도야. 딱 그 속도까지만 허용된다는 뜻이고". 속으로 그래 잘났다 했지만 유럽의 모범생 핀란드에서는 사람들이 법과 규칙을 매우 준수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반박 불가다. 대부분의 도로가 40-50 사이다. 그리고 좀 된 이야기 이긴 하지만 Nokia의 director가 그의 할리 데이비슨으로 규정속도 50인 곳에서 75로 짧은 구간 달린 죄로 116,000 유로의 범칙금을 받은 희대의 사건이 있었으니 일단 규정속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잘 지켜보기로 한다. 이곳은 범칙금 조차도 소득에 비례한다. 흐미. 


 얼마 안 가서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뜻을 알 수 없는 도로 표지판들. 아 저거 많이 본 표지판인데... 나 20년도 전에 실기 시험 볼 때 열심히 외웠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안나지? 정말 바보가 된 느낌이다. 모양은 많이 봤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주차 금지, 정차 금지 내가 정말 이리도 모르는 채로 어떻게 한국에서 쭉 운전을 해 왔나 싶다. (나중에 정말 의심스러워서 구글 이미지를 찾아보고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국은 친절하게 표지판 위에 무슨 뜻인지 한글로 뙇 설명이 되어 있다. 주차 금지 표지판 위에는 주차 금치라고... ㅎㅎㅎ)

이곳은 "Sign"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기로 맘먹은 건지 설명이 전혀 없고, 운전자라면 당연히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기를 기대한다. 음.. 공부해야겠다. 특히 저 위아래 화살표 있고 빨간색으로 화살표 칠해진 건 정말이지 첨 본 거 같다. 우리나라에는 큰 길만 있어서 누가 먼저인지 정해줄 필요가 없었던 것일지, 내가 놓친 것일지 모르겠다. 


세 번째 난관은 계속 나오는 round about. 우리는 쉽게 로터리라고 부르는 그곳.. Round about을 만들어서 사고율을 크게 줄인 실험 결과가 있어서인지 정말 곳곳에 있다. 한국에서 로터리를 만나면 슬쩍 눈치껏 들어가거나 보통은 큰 도로에 교통 신호가 있는 곳에 있어서 누가 먼저 우선권이 있는지조차 잘 몰랐던 거 같다. 이 곳은 눈치만 보고 들어가려 했다가는 큰 일 난다. Round about에 이미 들어있는 차가 항상 우선이다. 합류하는 차는 차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들어갈 수 있고, 무조건 멈춘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 빠져나갈 때에는 신호를 해서 뒤차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나갈 때 자전거 탄 사람,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있다면 무조건 멈춰야 하고, round about이 여러 차선으로 되어 있다면 중간에 차선 바꾸지 않게 쭉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와 이 이야기를 속사포로 쏟아내는 남편의 가이드를 듣고 멘붕이 왔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아주 완벽하게 잘하고 있다. 음하하하. 


네 번째 어려웠던 점은 바로 우선권이다. 나만 그랬는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사실 겁 없는 사람이 항상 먼저 갔던 거 같고, 손짓으로 먼저 가라 양보해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여긴 짤 없다. 손짓 따위 혼선을 줘서 교통 흐름에 방해를 줄 수 있는 개인적 판단 행위이므로 잘못된 것이다 (^^). 도로가 좁아지거나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양쪽으로 오는 차 중에 하나가 양보를 해야 한다면 자연스러운 우선권은 클리어한 쪽이다. 만일 차량이 오른쪽에 주차되어 있다면 원래 자기 길인 왼쪽 길로 가야 하는 차량이 먼저 지나가고 주차되어 있는 쪽의 차량이 간다. General rule들이 존재하는데, 주 도로에 있는 차가 항상 먼저이고 합류하는 차는 양보를 해야 하고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T 자형 삼거리에서 누가 우선권이 있냐는 좀 어려웠다. T자형에서는 직진하고 있는 차가 먼저 가고 turning 하는 차 중에서는 오른편에 있는 차가 그다음이다. (아래 예로는 2번 -> 3번 -> 1번 순)


이 글의 메인 사진에 걸려 있는 온도 표시는 고속도로나 좀 더 큰 국도로에서 볼 수 있는 표시인데, 겨울에 주로 보인다. 현재 온도와 도로 위 온도를 표시해서 혹시나 얼어 있을 수 있는 곳을 주의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이다. 주차장 사인뿐 아니라 하나의 막대 위에 여러 개의 표시판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위에서 부터 하나씩 읽어나가면 된다. 버스만 통행 가능 -> 월요일 아침 7시부터 금요일 저녁 7시까지 -> 그 외 시간은 다른 차들도 이용 가능 뭐 이런 식으로 위에서부터 읽어나가면 점점 좁혀지는 의미로 전체 뭘 말하려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어려운 교통표지 사인들, 아직도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당황하지 않게는 된 것 같다. 세상엔 배울 거 투성이다.  

그림출처 : https://www.delriolawoffice.com/blog/2019/may/who-has-the-right-of-way-at-a-3-way-intersection/

작가의 이전글 핀란드에 와서 먼저 처리할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