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6억, 9억, 15억 기준으로 모여라!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막론하고 가격이 움직이는 원리에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깔려있다. 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현상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속에서 투자 기회를 남들보다 빨리 포착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에 거론된 현상이다. 기준점이 생기면 자꾸 심리적으로 그 기준점으로 이끌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릴 적에 친구 놀릴 때 많이 하던 놀이인데,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식이다.
친구에게 "숫자 4를 10번 큰 소리로 외쳐봐"라고 시킨 다음, 친구가 크게 소리 내어 4를 10번 외치고 나면, 갑자기 "닭다리는 몇 개?"라고 물으면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4개!"라고 외치게 된다.
뜬금없이, 왜 기준점 효과를 거론하냐면 현재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규제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을 기준점 효과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9억, 15억. 이 두 숫자는 대출 규제의 기준 금액이다.
9억 이상의 주택을 살 때는 주택담보대출이 20%, 15억 이상은 실거주 목적이더라도 전혀 대출이 안된다.
정부가 이렇게 규제를 하고 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
9억 이하 주택은 9억이라는 기준점을 향해 달려가고, 9~15억 사이 주택은 15억을 향해 달려간다.
왜? 9억, 15억이 기준점이니까.
6억, 보금자리론 기준 금액이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에게 2%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LTV 70% 까지 대출이 나온다.
온갖 규제가 많은 주택시장에서 이런 조건으로 주택을 구매한다는 것이 엄청난 혜택이기 때문에 6억 이하의 주택에 거래가 몰리고 가격이 6억 바로 밑에 까지 상승하게 만든다.
6억, 9억. 종부세 기준 금액이다.
3억. 전세대출 규제 기준 금액이다. 3억 이상 집을 사면 전세대출이 안 나온다.
외우기도 참 좋게 3, 6, 9, 15억.
부동산 규제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대출 규제 8번, 세금 규제 9번을 반복하면서, 규제를 위해 주택 가격의 기준을 정하면 그 가격이 기준이 되어 모든 주택이 그 가격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부동산 규제정책이 국민들에게
3, 6, 9, 15 라는 숫자를
10번 넘게 외치게 만들고 있다.
어릴 적 하던 놀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