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러너 릴레이 마라톤 자원봉사, 그리고 동마 포기의 갈림길
나이키의 '위대한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나의 '위대하지 못한 다리'는 점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눈을 뜨면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바로 **'굿러너 릴레이 마라톤'**의 자원봉사 현장이었다. 7명이 한 팀이 되어 달리는 개인이 참여가 불가능 한 행사였다. 예전에 공지가 올라와 팀을 구성 할 때 '병아리 크루'에서도, '원크루'에서도 팀 명단에 끼지 못해 조용히 쉬려 했건만,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 없는 '한량'이 된 나는 장경인대 부상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덥석 자원봉사를 신청해 뒀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이렇게 대회와 행사를 따라다녔으니 참 바쁘게도 살았다 싶다. 내 다리가 고장 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굿러너 릴레이 마라톤'은 기록을 다투는 '기록팀'과 변장에 진심인 '코스프레팀'으로 나뉘어 약 100여 개의 팀이 참가했다. 기록팀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은 몇 달 전부터 오직 이 날의 '분장'만을 위해 달려온 코스프레팀이었다. 기존 마라톤 대회의 엄숙함은 찾아볼 수 없는, 입구부터 두근거리는 설렘이 가득한 현장이었다.
대회는 여의나루역 한강 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왼쪽으로 1.5km, 오른쪽으로 1.5km를 왕복하는 코스였는데, 중앙 지점에서 멤버들이 팀원을 응원하며 교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기하는 멤버들은 모든 팀의 기상천외한 코스프레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었고, 다 함께 웃고 떠들며 응원하는 완벽한 축제의 장이 되었다. 마라톤 대회만 따지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웃고 즐거웠던 대회로 기억된다.
나는 새벽 일찍 도착해 자원봉사 조끼를 부여받고 임무를 배정받았다. 내 역할은 자전거를 타고 주로를 누비며 사람들을 통제하고 러너들의 안전을 지키는 '주로 관리자'였다. 자전거를 타니 신기하게도 장경인대가 아프지 않았다. "오케이, 자전거로 훈련하는 셈 치자!" 나는 '따릉이' 한 대를 빌려 대회가 이어지는 4시간 동안 자전거 위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 선택이 결국 위대하지 못한 내 다리에 또 다른 말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코스프레 우승자들이었다. '원크루' 멤버들은 야심 차게 카카오 이모티콘 캐릭터 분장을 준비해 왔다. 퀄리티가 상당해 입상을 노려볼 만했지만, 결과는 안타까운 광탈이었다. 여기엔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카카오 이모티콘 분장을 한 팀이 두 팀이었는데, 우리 원크루는 '원크루'라는 이름으로, 다른 팀은 아예 '카카오팀'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투표를 하던 러너들이 팀 이름은 모른 채 외형만 보고 투표용지에 '카카오팀'이라고 적어내는 바람에, 표가 쏠린 다른 팀이 입상을 낚아채 버린 것이다. 며칠 동안 아쉬워하던 원크루 멤버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 '병아리 크루' 멤버들은 정체성을 살려 귀여운 병아리 옷을 단체로 맞춰 입고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대상의 영예는 세계 명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코스프레를 선보인 어느 가족 팀에게 돌아갔다. 누가 봐도 완벽한 우승 후보였다. 그 외에도 근육질 남자들의 마릴린 먼로 분장, 군복 코스프레, 80년대 교복 등 눈이 즐거운 풍경이 가득했다. 자전거를 타고 주로를 돌며 멤버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운영진들과 단체 사진을 남기며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제 동아 마라톤 풀코스까지 단 일주일.
다리의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대회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포기라는 결정은 생각보다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포기하려니 그동안의 훈련이 아까워 스트레스가 치솟았고, 그 스트레스는 다시 다리의 통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후... 아... 모르겠다!" 결국 나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당일 아침까지 가보고, 그때 결정하기로 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간절함과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 사이에서, 나는 그렇게 부상의 고통과 대회의 두근거림을 동시에 즐기며(?) 벼랑 끝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남의 크루를 염탐하고 자원봉사를 전전하던 런린이 시절의 떨림이, 어느덧 제가 이끄는 **'팀밥러닝'**의 단단한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부상과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러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와 함께 더 건강하고 즐겁게 달리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팀밥러닝'**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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