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잘 웃는다. 어렸을 때는 표정이 거의 없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부모님의 간섭이 줄어들 즈음부터 성격이 변했다. 아마도 대부분이 남자였던 과 특성상, 시원시원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 달콤이 오늘 안 왔어?" 하다가도 멀리서 들리는 내 웃음소리에 내가 오는 걸 단번에 알게 된다고 했던 학교 선배들의 놀림이 생각난다.
남편에게 어느 날 물었다. 어떤 용기로 나에게 고백을 했었냐고.
"달콤이가 내 말에 하도 잘 웃길래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했지."
앗, 너도…….
내가 좋다고 따라다닌 남자들, 내가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고 따라다닌 남자들.. 참 많았다. 난 웃겨서 웃고 기분이 좋아서 웃는 건데 그들은 왜 그걸 로맨스로 받아들이는지…….
아, 아닌가. 웃을 줄을 몰랐던 어린 때부터 남자아이들은 내 뒤를 몰래 밟으며 집까지 따라오기도 하고, 내 책상 서랍 속에 편지를 숨기기도 하고, 수줍게 편지를 내밀며 "오늘 학교 끝나고 나랑 만날래?" 묻기도 했다.
내가 입학 준비물로 낸 증명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알아내서 몇 명이 그걸 인화해서 간직하고 다닌다고, 남학교에 내 사진이 돈다고 말해주던 학원 친구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이 대학에 가고 나서야 내가 너 좋아했었는데 아직 생각이 난다며 이메일을 보내던 순애보도 있었고, 독서실에서 집에 오던 차에서 함께 내려 한밤중에 갑자기 고백을 퍼부은 나에겐 초면인 남자도 있었고, 대학 다닐 때는 같은 과 선후배, 동기들의 대시가 끊이지를 않았다. (진짜다.)
취업을 하고 나니, 이젠 더 진지해졌다. 골키퍼 있으면 안 건드리는 게 철칙이었는데 너는 그걸 무너뜨리게 한다는 동기, 스토킹을 해가며 매일 "달콤씨~ 나한테 이러기야~?" 하며 되도않는 애교를 부리는 선배, 회식 때마다 옆에 꼭 붙어서 원치도 않는 흑기사를 자청하는 얼굴 뽀얀 백기사, 나랑 결혼해서 배추 팔러 다니자는 자알 생긴 선배…….
하, 그때 지금의 남편이 옆에 없었다면 나 정말 인기폭발이었을 텐데……. 내 웃음에 속아 넘어간 남편이 날 너무 빨리 잡았다. 늦게 잡힐 걸……. 아니, 내가 안 넘어갔으면 지금 더 좋은 놈과……? 아니, 세상 모든 남자들 다 비슷하댔지. ㅜㅜ
참, 그 많던 대시남들. 덧없다. 내가 인기 많았으면 뭐 하나. 지금은 바보같이 한 놈만 바라보다 발등에 도끼 맞고 울고만 있는 아줌마 신세인 걸. 에라이.
그래도 일단 오늘은 다시 웃자. 뭐 어쩌겠나. 그 많던 남자들 중에 내가 골라 결혼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