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나도 아침을 맞기를

by 달콤쌉쌀

입원을 했다. 정신과에...

주변에서는 많은 반응들이 있었다. "네가 그 정도는 아닐 텐데...", "마음을 고쳐먹어야지.", "입원을 꼭 해야 돼?", "마음먹기에 달렸어.", "입원 안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잘 생각했어. 오죽하면 니 발로 걸어 들어갔겠니. 치료 잘 받아." 부정적 반응이 8, 긍정적 반응이 2쯤 된 것 같다.

아직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지 않은 세상이다. 우울증에는 더 그런 것 같다. 일명 마음의 병. 그나마도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낫다. 그저 마음이 글러먹은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약해빠져서', '자기만 힘든 줄 알고', '남들도 다 힘든데 유난'이라는 인식들이 참 많다. 병으로 인식이 되면 치료를 받으라고 할 텐데, 자꾸만 마음을 바꾸라고 한다. 정작 의사는 뇌의 병, 몸의 병이라는데......

입원하기 전, 나도 그런 생각들 때문에 스스로를 다그치고 한심해하고,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다.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고 많을 텐데 왜 나만 이모양일까...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이 입원이 시급하다고 하는데도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주변에서는 걱정하며 만류했다.

입원 열흘을 채워가는 지금, 참 한심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의사가 암이라고 하면 고민 없이 치료받을 거면서, 당뇨라고 하면 약 먹을 거면서, 왜 우울증은 고민을 하고 만류를 하는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약을 먹었다. 한 번은 얼마만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채 나에게 있는 정신과 약(수면제, 안정제 등)을 아무도 모르게 다 먹고 잠에 들었고, 두 번째는 약들 중 한 가지를 검색해서 그 약의 위험 용량에 기준하여 계산한 것 이상으로 다른 약들까지 다 먹으려다 중간에 남편에게 들켜버렸다. 응급실에 가자며 화를 내는 남편에게 자겠다는 한 마디 남기고 바로 잠이 들어서는 -내 기억상- 20시간 정도를 잠에 빠져 있었다. 누가 깨웠었는지 아닌지, 얼마만큼을 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약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데 한꺼번에 많이 먹어버려 약을 더 처방받으러 병원엘 갔다. "저뿐만 아니라 어느 의사가 봐도 지금 달콤님은 입원이 꼭 필요하다고 할 겁니다. 정말 위험해요. 얼른 대학병원에 진료예약부터 하세요."

다행히 예약 취소분이 생겨서 빠른 시일 내로 대학병원 진료를 봤고, 마찬가지로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는 처방 아래 입원실이 비길 기다렸다 결국 입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심란해했고, 친정엄마는 고민 끝에 치료는 받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다 털어내고 오라고 했고, 나의 팬 내동생은 입원연락이 오기 전부터 연락 오면 고민도 하지 말고 꼭 입원하라며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렸었다.

입원을 하면 뭔가 달라지기는 할까, 애들은 그동안 어떻게 하나, 강아지는 잘 챙겨주려나,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핑계를 대야 하나 등등 어지러운 고민들 끝에 혼자서 짐을 싸고 혼자서 입원수속을 하고 병실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지내주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휴가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아빠가 챙겨줄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도 시댁에선 나중에 차 안 막힐 때 오라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나는 나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매일 주치의와 면담을 하고, 매일 간호사들이 와서 말을 건네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에 대한 생각도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중이 안 돼 서너 줄 읽으면 무슨 내용이었나 생각이 안 나 몇 달이나 읽지 못했던 책도 술술 잘 읽히고, 잠이 쏟아져서 걸핏하면 하루 종일 잠에 취해 보내던 낮시간들도 아침 7시 반이면 일어나 낮잠 한숨 없이 하루를 보낸다. 독서, 필사, 글쓰기, 색칠공부, 퍼즐 맞추기, 면담, 생각, 생각 비우기 등. 어느새 하루가 꽉 찬다.

치료의 부작용도 있다. 면담 때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과거를 짚어보며 한동안 괜찮았던 불안이 수면 위로 확 떠올랐다. 감정 자극이 약간만 있어도, 내 마음에 대해 표현하거나 혼자서 생각만 해도, 가족 중 누가 내가 지금 어떤지 물어와도 온몸이 경직되면서 달달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손바닥이 축축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면담 후엔 거의 필수로 안정제를 먹게 되었다. 내 마음을 표현해도 괜찮은 순간이 오면 나는 나은 것일까? 일단 현재의 목표는 그걸로 정했다. 누가 물어와도 떨지 않기.

입원해서 달라진 나의 마음을 묻는다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와 이건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이 맞았다는 것, 나는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내 상태에 대한 인정, 내가 나아지도록 나 스스로도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정도이다.

또 약을 먹고 자살 스위치를 누르겠냐고 묻는다면, 그것까진 아직 잘 모르겠으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뿌듯할 선택'을 하겠다는 목표 정도는 세웠다고 답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겠다고.

아직은 불안정하다. 의사도 조금은 더 입원하길 권유한다. 다 낫도록 병원에만 있기는 힘들 것 같지만 최대한 좋은 상태로 집에 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를...

사흘 전부터인가,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가 우울증은 질병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한 것에 감사하고(고민 안 하고 죄책감 없이 치료받을 수 있을 테니까), 엄마가 없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잘 지내주는 딸들에게 감사하고, 밥 잘해 먹이는 남편에게 감사하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성심껏 내 이야기를 끌어내 들어주고 치료해 주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 이 두서없는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도 감사하다.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 온 나로서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지만 이제는 희망한다. 다시 진심으로 밝게 웃을 내 모습에 흠칫 놀랄 나를 느낄 순간이 올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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