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존중
내가 한국에 돌아온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다가 해 지난 탁상 달력들을 책장에서 정리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시간은 정말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나도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입시생처럼 많은 일들을 해내야 했다. 전시를 하고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책으로 엮어져 나오는 일들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작업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독서 모임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독서모임 멤버들도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며 신기해했다. 멤버들은 하나 같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녀들은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나에겐 힘이 되는 도반들이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11시에 모인 멤버들은 나눠 먹을 간식들을 가방에서 꺼내어 먹기 좋게 접시 위에 놓는다.
그리고 한 주간의 읽었던 새로운 책들도 서로 공유하고 함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감상들을 나누며 시작한다.
오늘의 책은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이다. 그의 문체는 너무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한 문장 한 문단 한 페이지가 모두 소중하다고 말하는 멤버가 한 말에 우린 손을 모아 공감의 눈빛을 보낸다. 서로가 주고받는 눈빛에서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종이봉투에 간식을 싸 온 멤버의 취향에도 공감의 말을 건넨다. 공감을 받은 멤버는 같은 취향의 멤버에게 자신의 취향을 알아주어 고맙다고 한다. 그녀의 '고맙다'라는 말은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다는 답례의 말이다.
요즘 sns를 하다 보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댓글을 보게 되는 일들이 많다. 이처럼 글로 쓰는 직접적 공감의 표현들도 있지만 엄지 손가락을 든 이모티콘을 누르거나 자신만의 이모티콘도 만들어 공감의 표현을 한다. 우리 인간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상처를 받곤 한다. 극 내향형일지라도 누군가와는 관계를 맺고 살기 마련이다. 그만큼 타인으로부터 공감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공자의 말 중 서恕 (용서할 서)는 평생 행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라는 뜻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을 아니다. 공감 능력이라는 것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공감은 소통을 해야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