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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Dec 23. 2018

막 대해도 괜찮은 삶은 없다

매일 아내 간병 뒤 '지식인' 답변 ..83살 '네이버 스타' 조광현 할아버지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75467.html


한국판 나미야 잡화점을 연상시키는 기사를 읽어내려가다 가슴이 턱 막혔다.

"내 입은 쓰레기통이야"라는 부분에서.

...

"요리는 뭐 잡탕, 아무거나 쉬어버리기 직전 것들을 끌어모아서 밥이랑 같이 끓여 먹어요."


이 대목만 읽으면 여러 곤궁한 삶을 생각하겠지만 삶을 막 사셨던 분도 아니다. 

서울대 치대를 나와 치과의사를 하셨으니 나름 뜻대로 사셨던 분이고

이제는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분이니 삶에 집착하지 않음을 저렇게 표현한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다. 

처음 그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스스로를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닌가, 이래도 되나' 철렁했고(남의 일)

곧 내 삶의 단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싶어 뜨끔했다(빈도수만 다르지 않을까).

남을 통해 보니 내가 나를 막 대하고 있다는 것이 불현듯 선명하게,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냥 아무거나, 대충...편하니까, 라는 사고방식에는 나는 그렇게 대접해도, 즉 대접받아도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제는 누군가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가 보인다.

남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나 자신에 대한 태도와 별만 다르지 않다.  


어느 쥬스광고에서 "입에 부끄럽잖아"라는 대사가 화제가 되었는데 거기까지는 좀 지나치다만, 

스스로를 손님 대접하듯 대접해야겠다, 라고 불현듯 결심.  

그러고 보니 내 안에는 신이 있다는데(나마스떼) 나는 신의 한 부분이라는데... 남루해서 아무렇게나 사는게 아니라 남루해도 깨끗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소 내 삶에 대한 예의로. 

그 동안 너무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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