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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May 15. 2016

나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두 번째 책 출간에 붙여

약 1주일 전, 두 번째 책이 출판되었다. 

출판 이전에 몇 번의 종이 교정을 보기는 했지만 이것으로는 ‘출판’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역시 제대로 된 책의 형태로, 실물이 서점에 입고되어야 비로소 출판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부끄러운 마음과 동시에, 잔잔한 기쁨이 밀려든다.  


처음, 출판사에서 원고의뢰를 받았을 때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심부터 들었다.

이 주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책인데, 세상에 필요하긴 한 책일까. 

이 주제로 책 한 권의 분량이 나올 수 있을까.

책으로 나올만한, 돈을 주고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 능력이 가장 큰 과제이기는 했지만, 제 발로 찾아온 두 번째 책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큰 출판사의 시스템도 궁금했다. 원고를 못 쓰면 계약금만 돌려주면 된다는 편집자의 말에 안심을 했다. 

그렇게, 시도할 것을 결심했다. Just Do it!


결심을 했다지만,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도 급했다. 생업 짬짬이 책들을 읽고 전단지들을 연구하면서 주제를 뽑아내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내용들을 휘갈겨 두었다. 시즌 오프가 되자마자 집필에 매달렸다.  


글 하나당 페이지 수가 적어, 글을 쓸 당시는 총 분량을 걱정했었는데, 편집자가 원고를 정리해보니 양이 꽤 나왔다. 어쩐지 아무리 교정을 해도 끝이 없더라니… -.-

그만큼 정신과 더불어 몸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탈고 후 석 달이 넘게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 댓가랄까, 탈고를 함과 동시에 나는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어떤 힘을 발견했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끈질김과 근성 같은 것으로(창조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힘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은 유산을 받은 것만큼이나 기뻤다. 

미드 Charmed에서 주인공 마녀 세 자매는 성인이 되어서야 그때까지 봉인되었던 마법의 힘을 되돌려 받는다. 매 에피소드에서 그들의 능력은 계속 성장을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힘이 파생되기도 한다.  

마녀가 아닌, 나같은 평범한 인간은 어느 정도 나이에 이르게 되면, 자신의 능력과 그 한계를 알게 된다. 

(다른 말로 계산이 끝났다, 라고도 한다). 이러한 통찰에는 대개 서글픔과 체념이라는 감정이 따라온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마법과도 같은 힘을 깨닫게 되면 그때까지의 흑백의 삶은 갑자기 컬러풀해지며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감격하는 이유는 아직도 남아 있는 성장에의 가능성, 알지 못했던 나와의 조우 때문인가 보다. 창백했던 내 뺨은 다시 붉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 자신을 긍정해 본 적이 없었다. 행복하려면 자기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데, 

나는 차마 그렇다, 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모자람과 부족함을 내 안에서 보는 것이 싫었다. 

항상 어색하고 자신감 없게 행동하는 내가 싫었고, 그런 것을 매사 의식하는 것도 짜증스러웠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기 위해 거울 앞에서 비루한 자신의 몸을 꼼꼼히 훑어봤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냉철한 분석을 위해 거울 앞에 선 것이지만 막상 자신의 몸을 응시하는 순간 장점과 단점이 섞인 자신의 몸을 그대로 긍정하게 되더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장점은 좋고, 단점은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그냥 그런 것들이 어우러진 자신의 몸을 아름답다고 인정하고, 감사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한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옆 눈으로 나를 보았고 행여 흉한 모습이라도 나타날까, 손사래를 치며 거울을 감추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거울을 마주 볼 용기가 생긴 사람일지도 모른다. 마치 나처럼. 


…머뭇머뭇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조금쯤은 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도 되지않을까.  


나는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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