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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아저씨 Oct 17. 2017

우리는 모두 '갑' 이었을까

순간의 다이어리 #2. 헬스장 알바를 하며 느꼈던 사람과 환경.


회사를 그만두고 가진 사업비를 한 푼이라도 아낄 겸, 약간의 시간을 잘 써 볼겸 선택한 헬스장 알바.


지인들 중에도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서비스라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느껴왔던 찰나였다. 몸이 힘든게 아니라 마음이.

그리고 요즘 들어 새삼 그 친구들이 엄청나게 대견해 보인다.


BEFORE
AFTER


온라인에서 웃게 만드는 예비군 이야기의 핵심은 '말짱하던 사람도 군복 입으면 이상해진다' 일 것이다.

그건 웃기기라도 하지. 헬스장은 참으로 묘한, 공유가 알다가도 모를것 같은 무질서가 있다.

나는 이걸 '환경이 자극하는 우리 모두의 내면의 갑질' 이라고 말해볼련다.


이전에 손님으로 운동할 때도 그랬고, 헬스장 곳곳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들에 대해서 진짜 애처로울 정도로 글을 붙여놓는다. 온라인에서 '헬스장 매너' 만 검색해 봐도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랄까.

물론, 3달 기준 헬스장 요금에는 회원비, 의류비, 샤워비 등을 포함해서 사람의 서비스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어지러지면 치우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몇 푼 되지도 않는 헬스비에 어마어마한 허세와 권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 같은 멘탈들이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고쳐지지 않는 강철이라는 것과, 손님이라는 단어의 지엄함을 깨닫고 그냥 멀리서 안타까울 뿐이다. 비아냥 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돈을 내고 같은 공간을 활용하지만, 자기 것을 자기가 정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운동한다고 기구를 집어던지기 보다는 타인에게 피해 안가게 신경쓰면서도 요령 있게 하는 사람, 한 기구를 내 개인 소유처럼 쓰지 않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굉장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다. 극소수가 그런다. 하다 못해 관리자 눈 앞에서 자기가 트레이너라도 되는 양, 타인들에게 맘대로 해도 된다고 권유하는 멋진 리더들도 있다. 절대고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에서 똑같이 적용되는지를 일하면서 배웠다.


더 심각한 건, 이러한 혼돈의 군주들의 경우 사장 앞에서는 회원비를 미끼로 굉장한 아부를 보인다는 데 있다.

필시, 자기가 뭘 피해를 주는지, 타인이 왜 자기를 싫어하는 지 똑똑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행태이다.

그럼에도 내맘대로 하겠다는 것은, 헬스장이라는 별 것도 아닌 공간에서 내가 좀 있어보이는 사람이라고 혼자 믿기에 생각하는 얄팍한 '갑질' 일 뿐이다.


헬스장에만 오면 쓴 수건 바닥에 집어 던져두고 화장품 보물찾기 하듯 만들어 놓는다던지, 음료 담긴 물컵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다던지 하는 것. 나는 분명 그들이 본래 나빠서가 아니라고 믿는다. 어우러져 살아가기에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고 평소에 안 그럴 사람들이 '헬스장' 이라는 공간에만 오면 '갑' 이 되고 싶었음이라 믿는다.


물론 이런 일에 대한 뒤치닥거리는 어찌 보면 별 것이 아니기에 '꿀알바' 로 인터넷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꿀알바' 라고 자청하는 환경이기에, 알바라는 이유로, 공간이 헬스장이라는 이유로 더 얕보고 쉽게 대하는 것은 아닌지. 평소 억눌렸던 갑질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 '용이산다' 중, 늘 읽을 때 마다 생각하는 것이 많은 '김용'의 한마디.



분명한 것은 길고양이 밥주기와 마찬가지로 싫어함과 좋아함, 옳고 그름, 상식과 이기주의라는 동전의 양면이 누구에게나 있고, 아직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역시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소수의 누군가는 '소리지름' 과 '위압', '시비걸기' 라는 폭력적인 뉘앙스로 반대편의 사람들에 대해 갑질을 정당화 하고 있을 뿐. 어려운 일이겠지만 역시나 보편적인 상식도 가끔은 무섭고 무거워야 할 필요를 느낀다.


글쎄. 내 사업이라는 것을 하고 있기에 굉장히 위험한 말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상식적이지 않은 갑질에는 강경한 대응이 맞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 없어도 먹고 사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손해를 봐야 할 것은 그 얄팍한 갑질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알면서도 하는' 여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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