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회색 마을> - 나이 든 모습이 슬프다
지은이 정범수
울지 마라 친구야
울지 않아도 슬픈 내 친구야
이런 인생이 바라던 인생이 아닌 것처럼
이런 모습도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거늘
든든했던 마음은
곤곤한 흉터의 집이 되었고
호기롭던 대장부는
터덜터덜 나그네가 되었네
이 또한 지나갈 거라 다독이지만
결국 저물어가는 늙어감에 다다를 것이고
겨우 이 정도 살아 느끼는 헛헛함이
앞서 살아간 굽은 슬픔에 어찌 비하겠는가
언제나 푸릇푸릇한 잡초의 모습이
오늘따라 나의 눈가를 적시고
용기를 내어 다시 비춘 내 모습이
말을 건다
울지 마라 친구야
울지 않아도 슬픈 내 친구야
나이 드는 게 슬픈 게 아닌
나이 든 모습이 슬픈 네 마음이
어찌 너 하나뿐이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