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로 탄성적인 존재인가?

2025.01.09 "Resilience"

by 일흔의주정

오늘의 단어는 'resilience'입니다. '회복력'이라는 뜻이며, 일각에서는 '회복 탄성력'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어 인간의 역경 극복 능력을 강조할 때 쓰이기도 하는 단어입니다.


'Resilience'는 라틴어 동사 'resilire'에서 유래했습니다. 're-'는 '뒤로, 다시', 'salire'는 '뛰어오르다, 튀다'라는 의미. 곧 'resilire'는 '뒤로 튀다, 되돌아가다'라는 직관적인 의미의 동사인 셈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은 이처럼 자신의 고난을 극복하고 원래의 상태로 완벽히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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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창조 신화에서 인간은 진흙으로 빚어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중국 신화에서는 '여와'라는 여신이 황토로 인간을 빚었다고 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티탄 프로메테우스가 진흙과 물로 인간을 빚어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성경에서 신이 여섯째 날에 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고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진흙은 '회복력'이나 '탄성력'과는 거리가 먼 물질입니다. 진흙으로 빚은 인형을 주먹으로 친다고 상상해 봅시다. 인형이 덜 말라 있다면 뭉개질 것이고, 말라 있다면 부서질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의 개입이 없는 한, 진흙은 다시는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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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간혹 인간이 용수철이나 고무줄처럼 쉽게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쉬이 말하며, 그만큼 쉽게 인간에게 상처를 주는 작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입힌 상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사과하기보다는 '그까짓 것은 인간이라면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네가 고통스러운 것은 너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착각과 달리, 마치 진흙처럼, 인간은 스스로 과거의 모습을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가슴에 박힌 못을 뽑아낸다 해도 그 구멍은 영원히 남고, 그곳으로 스며드는 찬 바람은 우리의 살을 엡니다. 인간은 고무줄이나 용수철 따위가 아닙니다. 인간의 상처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 그 상처에 고통받을 운명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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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인간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뭉개진 진흙은 한 송이 꽃이 피어날 공간이 되고, 벽에 박힌 못은 예쁜 액자를 걸어둘 자리가 되어 줍니다. 세상의 온갖 불한당과 협잡꾼들이 우리에게 준 상처는 사라질 수 없지만, 우리 자신은 그 상처를 잘 감싸고 돌보아, 마침내 우리의 힘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존재입니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상처를 싸매는 우리를 조롱하는 것에 개의치 마십시오. 그들은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뿐이기에,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까 봐 벌벌 떨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두려움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인간은 되돌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이며

끝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그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상처를 힘으로 만들어 꿋꿋이 나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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