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30 너와의 도서관 데이트 ♥
어쩌면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에게는 "아이가 생긴다면......."으로 시작한 로망이 있었어. 그렇다고 이것저것 많이도 아니었고, 그건 어쩌면 그 로망은 이 책 한 권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솜털보다 따스할 것 같은 품으로 아기를 곤히 품고 나지막한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엄마, 그리고 그 무엇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을 응시하는 아기. 이 책의 표지는 마치 내가 꿈꾸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 놓은 듯했었지.
그래서 누군가에게 말한 적 없지만, 언젠가 내가 엄마가 된다면 꼭 하고픈 로망의 한 가지였단다.
오늘 아침, 5시부터 일어나 엄마의 머리카락 움켜쥐었지. 그리고 다시 잠들고서도 금방 깨서는 일어나라고 방을 뒤집고 다니던 너, 늦장을 부리던 엄마는 얼마 후 떠날 베트남 여행 책을 빌릴 겸 너와의 도서관 데이트 로망이 꿈틀거리더라.
1킬로 남짓 유모차를 타고 가는 길은 포장이 되어 있어도 바로 옆 차도라 쌩쌩거리는 차 소리에 너는 이미 인상파가 되어 있었지. 그리고는 곤히 잠든 너를 데리고 엄마는 혼자만의 도서관 런치까지 꿈꾸며 맥도널드에서 커피와 햄버거를 테이크 아웃하고는 나왔어. 여기까지 정말 그럴듯했는데, 그만 커피 포장 비닐 소리에 엉엉 울며 잠을 깨는 너의 모습! 로망은 역시 현실과는 다른 것이었나 보다. 엄마는 누가 볼세라 쫓기듯 맥도널드 문을 박차고 나와 다시 도서관을 향했단다.
아기띠를 하고 엄마의 책을 잽싸게 빌리고는 유아동 서적실로 향했지. 움직이는 것을 한참 좋아하는 네가 조금이라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그곳으로....... 배고플 것 같아, 분유를 허겁지겁 먹이자, 너는 꿀꺽꿀꺽 먹다가도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 하는 것 같더라. 그래도 네가 좋아할 만한 낮은 앉은뱅이 이쁜 독서상들이 서 있기를 좋아하는 널 반겼지.
아직 종이책을 읽기에는 다 찢어버리려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한 책이 있었지. 이미 많은 아가들이 본 것으로 추정되는 꾸깃꾸깃 에 테이프가 덕지덕지, 하지만 단연코 네가 좋아할 것이라 확실히 들던 꽤째재한 애벌레 책!
독서상을 짚고 천장 선풍기만 신기하게 응시하던 너도 책으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았어.
결과는! 대 성공!
책 속 애벌레 등장에 너는 환호를 했지. 그리고 재빨리 그 또래 아기 누구나 그러듯 입을 향했지. 꾸질꾸질한 이 애벌레에 얼마나 많은 아가들이 입을 맞췄을까? 엄마는 굳이 너에게 입을 맞추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의 입은 엄마의 손보다 빠르더구나.
도서관의 책 보다 도서관 빨간 상에 서는 것과 바닥을 기는 것에 흥미를 보이던 너, 그림책 속 아가처럼 정녕 엄마 품 속에서 가만히 책을 보는 날이 올 수는 있을는지... 엄마 추측컨대 저 그림책 속 아가는 여자아가였거나, 저 장면 바로 다음 장면에 바로 책으로 손이 가서 찢고 있었을 거라 예상해 본다. 암암, 그런 것일 거야..
너와의 애틋한 장면을 연출하지 못 했다 하더라도 너의 열렬한 환호에 엄마는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2킬로 걸은 수고가 아깝지가 않더구나. 게다가 만 7개월 아들 도서관 회원증까지 만들고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자주 놀러 오랬으니, 엄마의 로망은 당분간 계속해 보련다. 언젠가는 아들이 먼저 가자고 하는 날이 오겠지???
<애벌레 꿈틀이> 소개 영상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