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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Nov 10. 2024

동아마라톤 완주를 위한 마지막 연습

드디어 대회 신청을 완료했다. 가장 먼저 42.195km를 교통 통제시간인 5시간으로 나누어 봤다. 1시간에 대략 8.5km를 달리면 된다. 시속 8.5km이다. 이 시간 안에 완주해야 빛나는 메달과 풀코스 피니셔(Finisher) 문구가 인쇄된 기념티셔츠를 받을 수 있다.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끝없이 꼬리를 문다. 평소 1시간에 9km 정도를 달리니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았다. 막연했던 완주 장면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평소 시속 9km 정도로 꾸준히 달리면 다섯 시간에 완주할 수 있다. 지금껏 제일 많이 달려 본 거리는 12 km이다. 


다가오는 첫 주말에 생애 첫 15km에 도전하기로 했다. 시계는 보지 않고 거리만 확인하기로 전략을 세우고 7.5km 지점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집에서 나와 중랑천에서 마장동을 지나 청계천 산책코스를 정확히 7.5km 지점에서 찍고 돌아왔다. 12km 지점을 지나자 허기가 야수같이 달려든다. 너무 배가 고프다.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곧 도착할 예정이라 하고 식사 준비를 부탁했다. 집 근처에 가까워오자 밥상에 올라 있을 고기안주와 시원한 소맥 한잔이 아른거린다.


이렇게 15km, 다음엔 20km, 대회 2주 전에 30km를 완주하고 풀코스에 도전할 셈이다. 일단 첫 단추는 끼워졌다. 


15km 완주 다음 날 하루 쉬고 이틀째 8km를 가볍게 달렸다. 평소보다 다리가 좀 묵직할 뿐 컨디션은 괜찮았다. 


그 후로 금요일까지 컨디션을 조절한 후 다시 20km에 도전했다. 지난주 15km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 훨씬 힘들었다. 15km 때는 핸드폰만 들고 나왔지만 이번에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신용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여차하면  택시를 탈 셈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느리더라도 완주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꼭 성공하고 싶었다. 


10km를 지나 13km쯤 됐을까?  이번에 느끼는 허기는 지난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들보다 어린아이가 들고 있는 솜사탕이 엄청 맛있어 보였다. 갈증도 났지만 참을만했다. 괴물 같은 허기를 등에 지고 힘들게 목표한 거리를 완주했다. 이번에도 기름진 안주에 소주와 맥주를 적당히 섞어 20km 완주를 자축했다. 


지난번과 달리 허벅지에 생긴 근육통이 오래갔다. 대략 5일 정도 뻐근한 통증이 유지되었지만, 이내 회복되었고 다시 주말에 30km를 도전하기로 했다. 


지난번 허기로 너무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에너지 젤(energy gel)을 챙겼다. 휘경동 집에서 달려 한남대교를 지나니 편도 15km 반환점이다. 평소 차로만 다니던 곳을 뛰어서 오다니! 여기 가지 달려온 나 자신이 대단했다. 하지만, 다시 집 쪽으로 돌아갈 길을 떠올리니 까마득했다. 내 발로 집까지 뛰어갈 수 있을까? 


정 힘들면 택시를 타면 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페이스를 잃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다. 지루함과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길가의 풍경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한 줄로 그늘을 만들고 있는 나무, 비릿한 중랑천 물 냄새, 느린 걸음으로 주말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늘 그랬듯 느리지만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한양대 근처까지 왔다. 집까지는 5km 정도가 남았다. 힘들다. 다리도 아프다. 왜 한다고 했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하지만, 평상시 달리던 10km 코스의 반환점을 이제 막 돌아 집으로 가고 있다고 뇌를 속였다. 젤 덕분에 허기는 심하지 않았으나 고관절과 허벅지가 극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아파온다. 발등도 피로인지 통증인지 모를 좋지 않은 느낌이 계속 든다.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허리 아래 모든 부위가 고열로 끙끙 앓던 몸살 같은 통증이 육신과 마음을 괴롭혔다. 이를 악물었다. 걷지만 말자. 그렇게 겨우 3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30km를 완주했다는 기쁨보다 풀코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2주, 더 이상 무리해서 장거리를 달릴 계획은 없다. 테이퍼링(tapering; 운동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줄이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전략)을 철저히 하기로 하고 대회 때까지 5~10km 거리를 완급조절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발톱도 대회 1주일쯤 깎아 두어야 한다고 해서 정성 들여 다듬었다. 발톱정리가 안되어 있으면 살을 파고들어 상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자신이 없었다. 혹시 완주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마라톤 참여를 권한 지인, 그리고 와이프와 아들, 이렇게 세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완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풀코스에 도전했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 안되면 포기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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