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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Oct 19. 2019

이별은 사랑을 견디는 일이다.

사랑에  머물다

신랑에게 처음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
나의 첫마디는 이랬다.
난 당신이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었고, 선을 넘었었고,
당신이 처음이 아니여요.
하지만 그때 난 미안해하고 있었다. 당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어째서 일까? 왜 난 그때 나의 지나간 과거의 사랑에 미안함을 느꼈을까!
지금의 사랑이 중요한데..... 우리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내 과거의 이별이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이유인데....


왜 어째서 과거에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고백이 돼야 했을까?
사랑한다는 일은, 이별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평생  한 사람만을 깊이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을 깊이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이별을 통해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깊이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는 언제나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어떤 이별도 없이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안전한 삶일 뿐. 그만큼 사랑에 취약한 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고. 이별은 언제 어느 때고 일어나는 일이다.
단지 지금의 사랑에 잠깐 머물고 있을 뿐이다.

큰 의미에서 사랑의 의미는 시작했을 때보다 끝났을 때가 더 중요하다.
끈끈하던 우정도 뜨겁던 연예도 끝이 났을 때 보면 안다.
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었는지....
 사랑한 만큼  상처 받는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사랑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상처 받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별을 견디어낼 수 있는 힘은 사랑의 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특별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 안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살아간다.
모르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함과 자비로운 감정이 그것이다.
복수를 꿈꾸는 사랑이 있다.
헌신적이 사랑을 바쳤는데. 내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버림받았다면
사랑을 증오로 갚아서
나도 망하고 함께 망하는 파멸의 길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을 함에 있어
우리가 가진 사람에 대한 밑바닥 사랑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려고만 한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랑을 표현하고 상대의 사랑을 품어서 내 안의 우주를 만드는 일이다.
내 마음의 골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이를 통해서
내 사랑의 그릇을 넓혀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듬어주는 일이다.
갈등도 미움도 아픔도 성숙하게 나를  채워 가는 일이다.

콩까지가 끼어서 시작했던 사랑은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단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면
그 단점을 다름으로 수용하고 사랑의 옷을 바꾸어 입는다.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그 진짜 사랑 안에는 이별이라는 방법도 있다.
서로의 다름이 상처만 안긴다면 이별해서 서로의 사랑을 지켜주어야만 한다.
이별은 냉정한 의미에서 사랑을 지키는 일이다. 새로운 사랑을 만드는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서로 안에 사람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마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서로를 지키는 일이다.
이별이 사랑 때문에 버틸 수 있도록.....


사랑을 하면서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순간의 나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멋지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소유하지 말고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사랑할 때 이런 모습이 내 것 이 된다.
사람을 사랑했을 때 행복한 이유는 그 사람이 내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랑이 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어놓은 사랑의 감정으로 나의 세계가 행복한 까닭이다. 그런 넉넉한 나를 상대에게 내어주는 일이다.
다 내어주어도 훼손되지 않는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신랑 곁에는 아직도 내가 남아있다. 콩깍지가 문 들어져 없어져 버리고 한때 백마 탄 왕자님이 오징어가
되고 지금은 꼴뚜기가 되었다.
결혼 20년이 넘으니
사랑이라는 이름도 하산하고 인도주의라는 이름으로 꼴뚜기를 쓰담 쓰담하면서 나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간다.

이만하면 멋진 내가 아닌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내가 나를 아는 만큼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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