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사랑에 빠질 거면서 앙숙으로 만나 티격태격 밀당을 한다 그리고 남녀 중 한 명이 이런 대사를 한다
"그 사람이 왠지 신경 쓰여"
주인공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 대사를 하면 드라마를 보고 있던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며 마음 안에 파문이 일어 벌써부터 주인공이 얘기하지 않아도 심장이 쫄깃해지며 대리만족으로 기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랑의 환희를 종종 느낀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짠한 표현
"그 사람이 신경 쓰여"
처음 사랑을 느낄 때 가졌던 그 신경 쓰임이 족쇄가 되어 이별의 순간에도 어른거린다면 그 연인은 헤어질 수가 없다. 그 부부는 이혼을 할 수가 없다.
사랑은 배반도 밥먹듯이 하지만 신경 쓰임이 깔린 사랑은 배반이 쉽지 않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내 기억이 남아있는 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사랑은 끝났는데도 그 신경 쓰임을 마음속에서 말끔히 지우지 못하면 이별은 영영 물 건너간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는 때론 자유로워서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신경 쓰임이 깔린 사랑은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래된 부부에게 사랑이란 단어가 고대어가 되어가는 이유는 이 신경 쓰임이 화석처럼 마음에 굳어지고 뿌리를 내려 어쩌면 사랑이란 단어가 가볍게 느껴져서인지 모른다. 노부부에게 사랑이란 단어는 풋익은 사과처럼 떨 더럼 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퉁명스럽게 " 어제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왔어 술좀 그만 마셔!"라는 걱정 썪인 말 뒤에 사랑이란 단어가 짠하게 깔린다. 신랑이 기대하지도 않은 일로 나를 즐겁게 만들 때 "오늘 좀 고맙네"라고 툭 던지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떠올린다. 그리고 신경 쓰임이 파동처럼 퍼진다.
가끔 심한 부부싸움 뒤애 이혼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이혼 후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달콤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에 있어 장애물은
나 또한 "그 사람이 신경 쓰여"이다
그 신경 쓰임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사람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의 신경 쓰임이다
내 마음을 구속하고 있는 그 무엇이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그렇듯 누군가를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나의 기질 때문 인지 몰라도 아직 사랑의 찌꺼가 남아 있음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사랑이라면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신경 쓰인다면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신경 쓰임이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내 삶이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해 본다.
그리고 여러 개의 답 중 하나의 답을 써 본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도 마음에 채워진 내 사랑의 그릇이 넓다면 아무리 많이 퍼내어도 쉬이 목마르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