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Dec 23. 2019

그 사람이 신경 쓰여!

마음의 그릇


드라마를 보면 단골로 나오는 대사가  있다


어차피 사랑에 빠질 거면서
앙숙으로 만나 티격태격 밀당을 한다
그리고
남녀 중 한 명이 이런 대사를 한다

"그 사람이  왠지 신경 쓰여"

주인공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 대사를 하면  드라마를 보고 있던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며
마음 안에 파문이 일어
벌써부터  주인공이 얘기하지 않아도
심장이 쫄깃해지며  대리만족으로
기쁨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랑의  환희를
종종 느낀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짠한 표현

"그 사람이 신경 쓰여"

처음 사랑을 느낄 때 가졌던 그 신경 쓰임이
족쇄가 되어 이별의 순간에도 어른거린다면
그 연인은 헤어질 수가 없다.
그 부부는 이혼을 할 수가 없다.

사랑은 배반도 밥먹듯이 하지만 신경 쓰임이 깔린 사랑은 배반이 쉽지 않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내 기억이 남아있는 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사랑은 끝났는데도 그 신경 쓰임을 마음속에서 말끔히 지우지 못하면
이별은 영영 물 건너간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는 때론  자유로워서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신경 쓰임이 깔린 사랑은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래된 부부에게 사랑이란 단어가 고대어가 되어가는 이유는 이 신경 쓰임이
화석처럼 마음에 굳어지고  뿌리를 내려 어쩌면  사랑이란 단어가 가볍게 느껴져서인지 모른다. 노부부에게  사랑이란 단어는 풋익은 사과처럼 떨 더럼 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퉁명스럽게 " 어제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왔어 술좀 그만 마셔!"라는 걱정 썪인 말 뒤에 사랑이란 단어가 짠하게 깔린다.
신랑이 기대하지도 않은 일로 나를 즐겁게 만들 때
"오늘 좀 고맙네"라고  툭 던지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떠올린다.
그리고 신경 쓰임이 파동처럼 퍼진다.

 가끔 심한 부부싸움 뒤애 이혼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이혼 후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달콤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에 있어 장애물은

나 또한 "그 사람이 신경 쓰여"이다

그 신경 쓰임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사람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의
신경 쓰임이다

내 마음을 구속하고 있는 그 무엇이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그렇듯
누군가를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나의 기질 때문 인지 몰라도
 아직 사랑의 찌꺼가 남아 있음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사랑이라면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사람의 마음이 신경 쓰인다면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행복하다고 하는데.
신경 쓰임이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내 삶이 불편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해 본다.

그리고 여러 개의 답 중 하나의 답을 써 본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나도
 마음에 채워진 내 사랑의 그릇이 넓다면 아무리 많이 퍼내어도
쉬이 목마르지 않으리라!

나의 그릇은 얼마만큼 일까?

아니면

신경 쓰이는 사람을 조금씩 더  만들 때마다.
내 그릇이 넓어지는 건 아닌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은 사랑을 견디는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