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은 변화다.

자기 긍정

by 토끼

과거의 시절을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드라마를 보면서 모처럼 즐겁게 허우적거려 본다.


생각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상큼한 드라마다.
넷플렉스 제작 빨강머리 앤은 황홀한 이미지의 미장센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캐나다의 1890년대 전기도 없고 tv도 없는 시절의 시골 동네를 이미지 하나로 배경과 인물 소품의 완벽한 조화를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책과 만화를 통해서 너무나 잘 알려진 소설이지만 넷플렉스에서 선보인 빨강머리 앤은
신선하다.


케렉터의 현대적인 해석도 돋보인다.

앤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들은 유치하며 낭만주의 적이고 다분히 이기적이며 과잉 적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대적이다.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며 냉랭한 대사들인데도 스스로를 향한
완전한 긍정과 해석이 담겨있기에 ,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순간조차도 사랑스럽다.

타인들의 멸시와 조롱에 상처 받으면서 그 상처를 숨기려 하지 않고 온몸으로 드러내면서 싸운다. 솔직한 자기표현에 당당하다.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머리 앤은 조금 음울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하지만 앤의 트라우마를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빨강머리 앤이 주인공이지만 빨강머리 앤은 변화를 주도하는 어떤 물결처럼 느껴진다.
앤의 등장과 함께
변화하기 시작하는 에이번리 마을의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앤을 입양한 매튜와 마릴라라는 캐렉터의 섬세한 연기와 감정적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지독히도 과묵하고 무뚝뚝한 고집스러운 두 남매가 앤을 통해 변화되어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로 다가온다. 앤은 그저 자기 자신 인체로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열심히 자신의 시간에 몰입하고. 그런 앤으로 인해 주위의 모든 것들은 변화를 맞는다.
한 번도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았던 메튜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자신 안에 숨겨져 억눌려왔던 감정들과 대면하면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강철 같던 두 내면이 부서지고 연약해지고
무너진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앤에 대한 사랑이 햇살처럼 자리 잡으면서
서서히 감정의 응어리들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가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변화라는 것에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두 남매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느끼고,
조금씩 자신을 긍정하기 시작한다.
이들 가족의 아픔 안에는 상실의 애도를 완전히 녹아 내지 못한 희생의 흔적이 있었다. 가족의 비극은 큰아들을 사고로 잃으면서 시작된다.
큰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머니의 우울증 때문에 두 남매는
사춘기의 청춘을 어머니에게 바쳐야만 했다. 마릴라는 결혼도 포기하고 어머니와 오빠 메튜를 돌보아야 했다.
그렇게 두 남매는 어쩌면 감정적 어린아이 인체로 변화 없이 노인이 돼버린 것이다.
초록색 지붕은 그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관처럼 땅속에 묻힌 죽어있는 집이었다.
산 송장처럼 두 남매는 감정 없이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런 집으로 앤 이라는 살아 숨 쉬는 바람이 생기를 넣어 삶이라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에 생기를 불어주는 일이 두 남매에게서 일어났다.
빨강머리 앤은 자신이라는 존재의 완전한 긍정과 해석을 통해
타인을 움직이는 힘을 준다.
초록색 지붕 집은 이제는 관 뚜껑이 아닌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집이 된다.
앤 이라는 소녀로 인해 1980년대 페미니즘과 인종갈등 성적인 억압에 억눌린 마을은
큰 변화의 흐름이 시작된다.
변화는 마음을 표현하는 자기 자신의 삶으로부터 시작된다.

앤 이라는
변화를 아름다운 화면 속에 느끼는 따뜻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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