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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Feb 01. 2020

나의 사자 트라우마

사자

외상 후 스트레스는 죽음의 공포 이후에 오는 무서운 경험치의 환영 같은 것이다.
그 경험치 이후로.........
무서운 사자 한 마리가 계속 내 앞에서 날 삼키겠다고 서성거린다.
친구와 카페를 가도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지하철을 타도 곁에 있다. 심장이 서늘해지고 방망이질 친다. 눈감아도 으르렁거리고,
도망갈 곳이 없다. 창밖에서  사자는 때로  괴물이 되어 노려 보기도 한다.
잠들려고 눈 감은 밤이면 어둠 속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한 번도 날 향해 달려들지는 않았다. 언제나 일정한 간격으로 날 바라보기만 한다. 그렇게 사자와 함께 시간은 흘러간다. 그 사이 난 일상이 바빠졌고 건강해졌고 나를 따라다니던  사자는 내게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그 녀석은 발톱을 드러낸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작은 새끼사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사자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사자는 눈을 감고 고요히 잠들었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처럼.......
 사자를 껴안았을 때 잊었던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다시 밀려왔었지만,  그때 알았다. 나보다 더 아픈 녀석은 내가 아니라 사자였었다는 걸. 죽을 것 같았던 공포는 사자의 눈물이었다.
죽음의 공포는 이렇듯이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사자의 마음이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 소외되는듯한 두려움! 거부당하는듯한 절망감! 이런 마음이 들 때면
어김없이 그때 그 사자가 다시 나타난다.  같은 모습 같은 눈빛을 하고서...,.
그 녀석의 눈빛을 읽는 건 이제 나의 몫이다. 나를 향해 달려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녀석의 눈빛에 두려운 맘으로 다시  흔들린다. 그럴 때면 녀석을 향해  다가가서  다시 안아준다. "인생은 아픔이다. 눈물이다. 두려움이다. " 녀석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평생 혼자서 키워온 아픔을 그 녀석이 모두 다 떠안고서 힘겹게 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꼬리를 흔들게 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거부하지 말자!
내 안에는 미친개도 살고, 사나운 사자도 살고 , 원숭이 같은 망나니들도 살고 있다.
하지만 한결같이 나를 위해 날뛰고, 울부짖고, 숨죽이며 살고 있다.
나를 위협하는 놈은 하나도 없다.
한 번도 날 공격한 적이 없는 순한 녀석들이다,
이 녀석들이 있었기에 그 힘든 순간순간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묵묵히 모습을 바꾸어서 나를 지켜주었다. 그 어떤 사건 사고 앞에서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서 나타나기도 하고 괴물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기도 하지만 모두
같은  모습일 뿐이다.  내 마음이 나타나는 환영은 언제나 날 향해 손을 뻗는다.

받아들이는 마음만이...
그 모든 환영을 사랑하는 마음만이...
내 사자를 길들 일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사자를 안고 있다.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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