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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r 07. 2020

어느 까페안의 절규

파국

30분 일찍 도착한 카페에 우두커니 혼자 차를 마시다 이별하는 옆 커플을 훔쳐본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 흔한 듯 생소한 풍경!
여자는 아직 남자를 사랑하는가 보다. 세상천지에 남자와 둘만 이 존재하고 나머지는 풍경인 것처럼 서럽게 운다. 하지만 사랑이 식은 남자는 이제 더 이상 세상이 풍경이 아니다.
혼자만의 세상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울고 있는 여자를 보며  주위 시선을 신경 쓴다. 빨리 여자를 진정시키고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남자는 말한다." 울지 마 넌 아무 잘못 없어!  넌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내가 문제야 내가 모자라서 널 떠나는 거야!
내가 나쁜 놈이야! " 이게 무슨 귀신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그냥 "네가 싫어졌다고, 이젠  지긋지긋해졌다고,  이제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냉정하게 말할 것이지, 웬 우유부단 뜻뜨미지근한 말인가!  

여자는 계속  훌쩍이고.

난 그들 커플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카페 안에는 데미안 라이스의   Closer movie ost
blowers daughter

노래가 쓸쓸히 울려 퍼진다.

I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남자의 이중적인 말들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내 생각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잠시 후 난 남자의 말에 스르르
공감당하고 만다.
그 우유부단 함안에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이별은 내 안에서 사랑이 식은 이유이다.

상대가 더 이상 내 마음 안에서 아무런 설렘을 주지 않고 기쁨도 주지 않고
믿음도 주지 않고 집착도 주지 않고, 아픔도 주지 않고 무관심해지는 이유이다.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은 내 안에 있다.
상대가 여전히  뜨겁게 나를 자극해주고 나에게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있어도
내 안에서 사랑이 식으면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사랑이 끝난 것이다.  그러기에 남자가 이별을 내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를 나쁜 놈이라고 한건 맞다.


사랑을 오래 지속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임의식보다 사랑을 인조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랑에  금방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다.
애정 결핍이 있는 사람. 사랑을 소모품쯤으로  보는 이기적인 사람. 허무를 채우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
이들의 사랑의 주체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철저한 혼자만의 유희이다.  자신 안에서 싫증이 나고 그 싫증을 새로운   사랑으로 갈아타야지만 또다시 자신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수단이 되고, 새로운 상대들로 자신의 결핍을 채운다.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건강한 사람은 자신에게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러기에 타인에게 너그럽다. 타인을 사랑함에  있어도 타인의 장점을 끌어내고 타인을 사랑함에 있어 여유가 있기에 타인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 안에는
"나"라는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상대가 이별을 통보할 때 내가 버림받는 개 아니라.
이별을 고하는 상대는 스스로에게 싫증이 나서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이미지를 가지고
 놀다가 스스로가 지치고 싫증이 난 것이다.

나 또한 이별 통보를 할 때 이런 내면을 들여다볼 일이다.
이별의 이유가 상대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다면 이 사랑을 견디고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기에 사랑을 끝내는 것이다.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의지의 한 부분인 것이다.

이별 앞에서 서로가 남 탓을 하면서 싸우는 것만큼 비겁한 건  없다.
사랑이 함께 하는 것이라면 이별은 철저히 혼자서 하는 일이다.
이별을 당했다고 내 탓은 아니며
이별을 통보한다고 남 탓은 아닌 것이다.

그러기에 사랑을 지키는 힘도 나에게 있고
사랑을 유지하는 힘도 나에게 있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은 더 이상 그 힘이 없는 연약한 사람인 것이다.
동정과 연민의 마음으로 위로해주자.
그리고 이야기해 주자.

"나라는 멋진 사람을 요만큼 밖에 못 누리고 떠나는 넌 정말 멍청한 사람이구나.
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진국인 사람인데.
너의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니 어쩔 수 없지......
떠나라 여기까지가 네가 사랑을 보는 한계로구나!  사랑은 말이지!
자기 안의 창조야!
그 어떤 허접한 사람을 사랑하더라도
너의 마음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순간!  그 사랑은 너를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어떤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받느냐가 아니라
네가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느냐의 문제인 거야,

나에게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마음이야!

너의 마음이 길을 잃었으니 나를 떠나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을 또 만나길 바랄게!.....
~~~~~~~~~~~~~~~~~~
아! 이런 대사를 날리고 쿨하게 이별하면 멋질 텐데...

흑흑 말이 쉽지!~~~~~~


너 없는 세상!
어떻게 살라고!
죽여 버릴 거야!
살아서 날 못 떠나!
나쁜 놈아!
오늘 같이 죽자!
넌 오늘 나랑 같이 끝나는 거야
여기가 우리 무덤이다.
으흑!  아!

카페 안에는 여자의 절규가....;

사랑!!!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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