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섬머를 다시 보았다. 10년도 더 된 영화이고 이제는 아스라한 연예의 추억들인데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설렘이 선명하다는 건 나의 연예 세포는 아직도 청춘이라는 건가! 이영화는
아름다운 여인 섬머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여름! 청춘! 불같이 뜨거운 사랑!
하지만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운명적 사랑이라고 믿었던 톰에게 섬머는 연예를 끝내자고 통보하고 상처 받고 절망하는 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걸어가는 뒷 보습에다 대고 섬머는 소리친다.
톰 제발 이러지 마 넌 정말 나의 좋은 친구야 라며......
10년 전에 이영화를 봤을 때는 톰이 불쌍했다.
섬머의 이기적인 사랑이 이해되지 않았다. 저렇게 착한 톰을 두고 양다리를.....
하지만 지금 난 섬머를 이해한다.
못된 년이 아니라 자기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이 찾아온 순간은 우주를 가진 듯 넓어지고 슈퍼맨이 된 듯 모든 것이 자신감이 생긴다.
이렇게 나는 사랑에 빠지면서 거대한 행성이 된다.
하지만 사랑이 끝나고 나면 작고 초라한 쪼그라진 행성에서 나의 존재는 외로움으로 타들어간다.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시간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내가 싫어진 이유가 뭐야?
라고 톰은 질문해 보지만
섬머는 아무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있다. 하지만 이별을 결심한 이후부터는 그 이유가 의미 없어진 탓이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댄다.
이유가 있다면 더 멋진 우연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간절한 사랑이 아니라 더 멋진 우연이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우연은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처럼 강한 작용을 한다.
우연이 때로는 운명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연은 해변의 모래알처럼 흔한 일이다.
그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건 우리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랑을 특별하게 소유하고픈 우리의 마음.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여기지 않고 재수가 없다고 여기는 아이러니!
우연이라는 건 그렇기 때문에 그누 구라도 가능한다는 이야기 와도 같다. 단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느냐 아니냐가 문제인 것이다.
사랑은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성실함이라 믿는 톰에게 자유분방한 섬머는 처음부터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너의 사랑을 가질 수는 없을까!
사랑한다고 믿었던 연인이 헤어지자고 한다. 작은 다툼이 원인이 되었지만 사랑이 식은 게 아닌데.... 한 사람은 아직도 뜨겁기만 한데 한 사람은 식어버렸다.
이별은 언제나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버린다.
사랑은 환상이라고 여기며 사랑을 믿지 않고,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걸 싫어하는 자유롭고 매력 있는 섬머와 사랑은 운명이라고 여기며 섬세하고 책임감 있는 톰이 사랑에 빠졌다. 남자에게 사랑은 운명이었고 여자에게 남자는 그저 작은 관심이며 권태를 달래는 정도였다.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에게 남자는 확인받고 싶어 한다. "지금 우리는 무슨 사이야?" 누군가에게 구속받기 싫어하는 여자는 대답을 회피한다. 그저 지금 좋으면 된 거 아냐! 라며....
사랑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널 사랑하니까 넌 반드시 날 운명적으로 사랑하게 될꺼야!
라고 남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는 떠난다.
그리고 누군가의 그 무엇도 되기 싫다던 여자가 유부녀가 되어 남자를 찾아온다.
남자에게 고맙다고 한다.
여자는 말한다.
내가 틀리고 네가 맞았어. 사랑은 운명이야.
너한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어느 날 난 느꼈어.
어느 날 식당에서 책을 읽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 나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슨 내용인지 물어봤어! 그 남자가 바로 지금의 남편이야!
사랑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정해져 있었던 거야 운명처럼.....
남자는 한 번 더 절망한다.
내가 너의 운명의 남자가 아니었다고......
톰은 사랑에 서툰 남자였다. 사랑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섬머라는 여인 자체를 한인 간으로써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다. 연예라는 자체에 몰두하고 여자라는 자체에 몰두하고 한인 간의 내면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섬머가 영화를 보고 펑펑 울 때 그녀가 왜 우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달래주기만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내면의 공허함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들의 본질에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들을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세계를 그녀에게 함께하기를 원하면서 자신의 세계 속에서 그녀를 다 안다고 착각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지키고 성실하게 유지하는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실연의 아픔으로 뿌리부터 흔들리는 남자는
결국 어떻게 됐냐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뿌리가 흔들렸다는 건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남들이 추구하는 정해진 반듯한 삶의 줄에 나도 끼어서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남자는 실연 속에서 지금 하고 있는 직업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전 여자 친구가 추구하는 자유분방한 자신의 모습처럼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영화는 오밀조밀 재미있게 달콤함과 재미 아픔을 잘 버무려 놓는다.
사랑은 순간을 즐기는 것이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착해서는 사랑 자체에 머무를 수 없다. 사랑은 약속이 아니며 책임도 아니며.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한과정일 뿐이다라고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렇게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공유하는 새로운 세상이다.
결국 남자는 수동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찾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500일의 섬머! 섬머라는 여자와 함께한 사랑이 끝나자 남자는 어텀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반드시 오는 것처럼...,
남자는 다시 운명적 사랑을 시작한다.
섬머는 남자를 떠났지만 남자를 변화시켰다. 남자는 삼머에게 사랑을 믿게 해 주었고. 사랑은 서로를 변화시키고 변형시킨다.
문득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질 때 좋은 친구로 남는 커플은 명이나 될까?
사랑하는 사이에서 좋은 친구로 턴어라운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사람을 사랑하다가 더 멋진 운명의 상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대를 정리해야 한다. 그때 상대에게 상처주기 힘들어서 일까? 친구가 된다는 건 서로 욱 체적 관계를 배제하고 소유의 개념을 배제하고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인데....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 서머에게는 새로운 사랑도 쟁취하고 톰이라는 친구도 곁에 두고 너무나 수지맞는 장사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게 생긴 톰에게는 모든 걸 다 잃어버린 셈이다.
대부분의 이별의 끝은 원수 아니면 적, 남남이 되어 다시는 눈앞에서 보기 싫은 사이가 된다.
사랑하는 사이가 헤어질 때 친구로 남는다면 연예를 기피할 이유도 없고,
연애의 두려움도 없을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