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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y 22. 2020

인간 수업

정주행

부부의 세계를 보고 장르가 좀 다른 듯해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인간 수업이란 10부작 넷플렉스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한편씩 끊어보기 힘들 만큼 재미, 자극, 몰입력이 있었지만 선뜻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n번방 사건과 겹쳐지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 난무하고 청소년들의 이야기지만  성장통이나 하이틴로맨스의  학원물하고는 거리가 멀다.
나 지금 이대로 어른이어도 되는가!  요즘애들 정말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의 청소년들을 한 번씩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한다. 강산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하고 세대 간의 의식구조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한국사회의 단면 안에 젊은 세대들이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으로 변해가는  건지, 아직 우리 조카들과 아이들을 보면 순수해 보이기만 하는데   평범과 비범 불량학생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그 행위가 놀이의 수단처럼 진화되어 아이들에게는 도덕적 죄책감이나 의 가치 수치심이 없다.
고액 알바란 말 그대로 돈만 된다면 어떤 행위를 해도 창의적 돈벌이 수단일 뿐 위험을 담보로 하면 할수록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오지수는 전교 1등으로  모범적인 고등학생이지만  변변한 친구 한 명 없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학교를 다닌다.
 성적표에 자신이 사인을 하고 선생님께 제출하자. 담임은 농담 반 진담 반 걱정 반으로 얘기를 던진다."상위 일 등급 성적표에 위조 사인을 하는 녀석은 너밖에 없을 거다"
담임선생은 오지수의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한데 오지수는 침묵하며 말을 아낀다.
"너 커서 뭐하고 싶은데"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오지수의 삶은 고달프다.
아버지의 도박으로 엄마가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되자
혼자 살길이 막막한 고아가 된다.
 하지만 돈 한 푼 없는 오지수는  달이 월세를 내고  월 200이 넘는 학원을 다니고  300이 넘는 돈을 매달 1년이 넘게 저축한다. 낮에는 말없이 조용한 학생이었다가 방과 후에는 이중적인 사생활이 시작된다.
우수한 두뇌를 이용해 모바일 성매매 앱을 만들고. 온라인 성매매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실장이라는 전직 퇴역군인은 여자들의 뒤를 봐주고 , 경호한다.
오지수와는 철저하게 전화로만 소통하면서 온라인 조건만남을  연결 한다.지하철 보관함을 통해 은밀하게  이실장과 돈이 오간다.
일명 포주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성매매 경호업이라는 명칭을 쓰는 오지수는
철저하게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자신의 신분을 비밀리에 숨기면서 전화기 너머에 숨어서 안전하게 사업을 성행하고 있었다. 하지먼 혼자 몰래 짝사랑하던 동급생 배규리에게 핸드폰을 들키면서
삶이 꼬이기 시작한다. 집에 숨겨둔 1년 반 동안 모은 6천만 원을 아버지에게 들켜 도둑맞고, 아버지를 찾아내지만  , 가상화폐 투자로 이미 돈을 다 탕진한 뒤였다.
결국 다시 무일푼이 되면서 막막한 시간을 보내지만  성매매업을 들킨 장본인인 베규리로부터 동업 제의를 받게 된다. 부유한 엘리트 집안의 딸인 배규리는 억압된 자신의 삶을 오지수와의 성매매사업으로 마치 놀이를 즐기듯  일탈쯤이로 여기지만  평범한 삶에서 재미와 흥미를 잃은 배규리는  오지수와 오지수가 갈망하는 그 세계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오지수를 남자 친구라고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밝히면서 오지수를 보호하려고 든다.
오지수의 어디가 좋냐 라는 친구의 질문에.
"일단 머리가 좋아. 내가 보기에는 늑대 새끼가 분명한데 자기는 강아지 새끼인 줄 알아"
라며 오지수에게 마음을 드러낸다.
둘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성매매사업을 재개하게 되는데.......
모든 일은 더더욱 꼬여만 간다.
드라마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소위 우리가 악이라는 행위들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
톱니바퀴처럼 일이 꼬여가는 과정만을 블랙코미디처럼 나열한다.
그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죄의 무개와 뒷감당을 모르고 두려움 없이  물불 안 가리고 뚸어드는 아이들은 마치 소꿉놀이를 하는 것만 같다.
성매매를 다루는 그들의 시선은 한없이 가볍다. 드라마 내내
그들은 "일은 언제 해요? 일은 안 할 거야? 일하고 싶다. "
라는 표현으로 성매매를 단지 일의 한 형태로 다룬다. 미성년자의 성매매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지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성매매  주체로 끌어들이기도 하지만 정작 죄책감이나 깊은 자기성 찰조 차 없다.
아이돌 그룹에서 탈락한 연습생 친구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자.
몰래 문자를 보내 성매매로  끌어들이는 범죄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죄의 유도는 죄가 아니다.
너의 선택 여부에 달린 것이다.
그러니 선택은 너의  몫이다.
이런 식이다.
자신의 고객이 된 성매매 경호를 철저하게 하고 그들의 뒷수습을 책임 있게 한다는 설정으로
그들을 정의롭게 포장한다.
범죄를 미화하는 방식이 판단력이 미숙한 사람에게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탈선과 죄를 부추기고  죄를 짓게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가까이에 존재한다.
이렇게 부도덕한 인물들을 보여주지만 케렉터들은 매력적이다.
빨려들만큼 설득력이 있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범죄를 공모하는듯하고 그들이 완전범죄가 되도록 응원하는 나의 심리에 놀라기도 했다. 불편하고 비난받아야 할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그들의 논리에 힘이 실리는 건 드라마의 연출력이고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지만,
이대로의 감정이 정당 한 건가 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주는 악의 평범성과 가벼움은 경계해야 할 사고의 관점이다.
착한 드라마는 마음을 쉬면서 봐도 된다. 권선징악이라는 장치가 있고 감동이라는 안전장치가 언제나 믿음처럼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착한 드라마의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감이다. 마치 네버 앤딩 스토리가 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드라마가 끝난 현실에서 허무감을 안기지만 ,
불편한 드라마는 생각거리를 준다.
현실 속 삶이라는 드라마가 지옥 같은 생방송으로 계속된다고 해도 지 않고.
작가와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면서 추리해 보고 직면하게 해 준다.
두 남녀 주인공이  살인까지 감수하며 파멸을 향해 계속해서 질주해가는  원동력은 서로를 아끼는 동지의식인지 사랑인지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저항인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작가가 이 둘을 어떤 삶의 변수 속으로 던질지는 시즌2를 만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준다.


지수와 규리가 처음 데이트라는 걸 하면서 오가는 대화는 가슴 뭉클하다.
"너 누구랑 살아"
"혼자"
"부모님이 집 나가고 혼자됐어"
 "그럼  3때잖아  그때부터 쭈욱 혼자서 지냈던 거야!  짜식 너 쫌 대견하다"


규리의 그 말에 지수는 운다.
지수는 누군가로부터 위로라는 걸 처음 받아보았다.


늑대가 다시 순한 강아지가 되려면 그 상처를 보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죄책감과 수치심 자기반성보다 먼저
상처를 보듬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들은 상처 입은 영혼이다.
누군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어야 한다.
그 아무도 없다면 둘만이라도...
아니 자기 자신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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