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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y 25. 2020

아름답다는 건

너 뭐니?

길가에 감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에
쿵하고 마음이 내려앉는다.. 동백꽃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앙증맞은
감꽃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사방에서 물결치듯 파도처럼 밀려드는 아름다움 때문에 숨을 멈춘다.
감꽃은 내게 어떤 추억팔이를 하기에 해마다 감꽃 떨어지는 풍경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걸까?
감꽃이 구르는 아름다움의 찰나에 온몸이 황홀해진다.
기억 어느 저편 감꽃에 대한 각인된 파편이 혀있는 걸까!
가지 위에 핀 감꽃은 그냥 꽃이었다가 땅 위로 떨어지고 나면 그제 서야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생명체가 된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이 된다.  모오든 아름다운 순간들이 한꺼번에 길 위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감꽃처럼 구른다.  단지 아름다움이란 언어로만 존재하는 시간.
순수한 감꽃이 된다.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도 감꽃은 동글동글 말려져 짖이겨져 그렇게 길 위에서도 아름답게 자기의 시간을 고고하게 보낸다.
아름다움이 무얼까!  이토록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름다움은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지나간 시간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작고 연약한것들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아름다움을 연약하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선함은 곧 착한 것이고 착한 것은 나약함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움은 나라는 관념을 희석시키고 하나의 순수한 무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 안에  선함이라는 이름도 악이라는 이름도 없는 상태가 진짜 아름다움이다. 여성의 외적인 아름다움은 감꽃의 아름다움과 차별된다,
어떤 사물의 아름다움은 소유를 부추긴다. 욕심이라는 욕망과 함께 아름다움은 점화된다.
감꽃의 아름다움은 존재 자체의 숭고한 아름다움이다.
내면으로 흘러넘치는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욕심을 녹이고 탐욕을 녹이고, 집착을 녹이고. 욕망을 녹이고 자아를 녹인다.
소유할 수 없음을 아는 아름다움은 이렇게도 마음을 녹이고 나를 녹인다.
나는 다 녹아 흔적이 없고 아름다움만 남는다.
길 위에서 내가 사라진 어느 날.
감꽃만 남아 내가 감꽃처럼 또르르 구른다.
아름다움이 눈물로 또르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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