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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May 27. 2020

재미도 가끔은 지친다

페이스북


사진 출처 네모님.-----



상대의 즐거움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지칠 때

지금 내가 얼마나 재미난 시간을 즐기는지
들떠 얘기하고 있을 때. 계속되는 재미의 행렬 속에서
늘 언제나 즐겁게 함께 맞장구를 쳐주던 상대가 어느 날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마치 시시해진  물건을 보듯이......
"난 지금 네가 즐거워 보이지 않아
그 즐거움에 집착하는 네가 보일  뿐이야!"

가끔씩 sns를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내가 책 밴드에서 즐긴 이야기들을 들떠서 이야기할 때 , 기가 막힌 언어들의 유희와 사유들을 신나서 이야기할 때
친구들의 심드렁한 표정을 읽을 때가 있다. 그때 그 친구들의
표정이 딱 이런 표정이다.
난 지금 네가 즐거워 보이지 않아
그 즐거움에 집착하는 네가 보일  뿐이야!"

나의 즐거움이 함께 공유되지 못하는 대화!

니체에 대해 한 시간을 떠들어도 대화 속 즐거움에 혼자 흥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개 하는 폭넓은 대회 폭을 가진 사람들은 그다지 흔치가 않다.

 요즘 어떤 대화를 나누어도 즐거운 그녀.

그녀와 내가 만나면 우리는 시트콤을 찍는다. 덤앤더머처럼 망가져서 맹구 없다 처럼 재미나게 논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관계란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어린아이처럼 호기심 어린 마음을 갖고 상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너그러움이 밑바탕으로 깔릴 때 아무리 진지한  사람이라고 해도 서로에게  유머가 스며들 공간이 생긴다.
우리가 가장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은 대화 속에  재치나 위트 유머 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망가지고 솔직한 이야기들에서 서로 찌질함이 공유되고 허당이 되는 순간인지 모른다. 그녀는 그 허당의 순간 포착을 기가 막히게 집어낼 줄을 안다.
허당 끼는 아무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즐길 줄 아는 특화된 시각을 가져야지만 가능하다. 허당이 주는 유머는 그러기에 가장 카타르시르를 즐길 수 있는 종합세트 같은 유머이다. 그녀와 함께 대화하는 방식이 즐겁듯이 우리는 긱자 재미를 추구하는 공간과 관계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녀가 노는 놀이터와  나의 놀이터는 다르다.
내가 노는 곳은 책 읽는 공간이고
그녀는 페이스북이다.
 
몇 달 전 그녀는 페이스북내의 자랑교라는 자뻑 클럽에 가입을 하고,
자랑교에 들어가서 생긴 재미난 스토리들을 들으면서 함께 웃은 지가 두 달이 되었다.

그녀는 함께 자랑 교안에서 놀았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페이스북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그녀의  재미난 이야기만 듣기로 했다.

자랑 교안에는 순간순간 휘발되는 말잔치 언어의 유희의 천국 같은 즐거움  진솔하고 솔직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페이스북내에서 전문직 종사자가 많고  엘리트들의 맴버로 구성된

자긍심이 있는 그룹이었다.


남자들 큰 거시기 자랑부터 남자 친구의 성 테크닉까지.
자극적이며 현란한 사생활의 까십꺼리들  조차 당당하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곳!
 자극적인 이야기부터 가슴 찡한 솔직한 이야 가 까지... 가식이 없는 이야기들이 특징인  자랑교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긴 호흡으로 가는 진중한 사유 속  유머가 주는 가벼움과 달리
유머만 난무하는 곳의 재미는 피곤하다. 유쾌한 사람을 좋아하기는 해도 건빵 안에 들어있는 별사탕 같은 유머가 좋지 별사탕만 오글거리는 대화는 정말 부담스럽다.

몇달을 재미와 자극적 소재들만 즐기면서 . 댓글 수와 참여도에 따라 순위가 메겨지는데  그녀의 글은 역시나 인기가 있었다.  라이징 스타가되어  상위권을 유지하려는  모습도 열정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런 게 다 뭐라고 하면서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즐거움의 농도가 과하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그녀만의 장점을 아는 나였기에.;;; 어느 날은 상위권에 랭크된 인증샷을 계속 찍어서 톡으로 보내는데.... 한 달 동안 그녀의 즐거움에 내 뇌가 시달렸는지
경고음이 울린다.
그녀를 잠시 쉬면서
생각에 잠긴다.

독서 이야기나 긴 호흡으로 사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자꾸 줄어드는   우리의 공간 안에

잠시 휴식이 필요한 걸 느낀다.. 자랑교 이야기는
처음 한두 번은 재미나지만 여러달 동안 지속되니 피로도가 조금 밀려든다


처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속에서도 은은하게 뿜어내고 있었던 그녀의 향기를 다시 가져온다.

내가 원하는 그녀와 있는그대로의 그녀사이윽 간격을 조정한다.

자신만의 향기는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어야지 지킬 수 있고.
재미로부터 또한 조금 거리를 두어야지 지킬 수도 있다.
언제나 잔은 조금 모자란 듯
찰랑거려야,
나를 투명하게 보일 수 있다.

그녀가 자랑 교안에서 지쳐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때 그녀는 다시
재미 안에서 또 의미를 버무리고
화려한 날개를 펼칠 것이고
우리의 대화는 다시 다양하게 비상할 것이다.

그녀가 허한 마음을 안고 나를 찾아왔다.  온나야! 미워! 왜 맨날 바빠!
ㅎㅎ
자랑교가 잠시 시들해졌나 보다.

"요즘 자랑교 재미있어?"

"어 자랑교 폭파 됐어!"

"한동안 바빠서 못들어 갔는데

썸타던 커플이 다른여자의 질투로

싸움이 났나봐 서로 물고 뜯고 난리가 났어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  버리고 교주가 나가버렸어  "

...............


그녀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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