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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n 01. 2020

행성이 된 친구

우리의 우주

사진  출처 네모



모든 것을 소유한 너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오늘 하루만을 살아가는  내가  친구가 되었다.
너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빈털터리 같은 마음으로 언제나 삶을 살고.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넉넉한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우리는 비루한 인생이 조금은 아름답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밤마다 한다.
나는  삶이 넉넉하기를 바라지만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고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가진 것들의 비루함을 아는 너는 가진 것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친구는 될 수 없다.
각자 자신의 삶 안에서 살아가면서 서로의 시간을 공유할 뿐이다.
너는  자신이 가진 것을 티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할 테고
나는 가지지 못한 것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너 앞에서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다. 단지 마음 밑바닥에 있는 욕망만을 이해할 뿐이다.
서로의 공허함을 이해할 뿐이다.
삶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은 같아서 그 어느 지점에서 만나  서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만든 것이다.
소유의 범위를 벗어나 자유로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같은 존재의 개념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함께 교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상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을 사람을  마음에 들여놓은 너!
철의 장막을 치고 바라보기만 했던 곳에서 사는 사람을 내 마음속에 들여놓은 나!
우리는  서로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념 앞에서는 갈릴 테고 현실 앞에서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이고.  우리는 름과 물처럼 썩이지 못하고 싸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 안에서 이렇게  만났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우리는  삶너머의 새로운 곳에 서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이 아닌 4차원의 마음의 어느 공간이었다.
두렵고 경이롭지만 이제 막 들어선 그곳은 우주의 광활한 어둠이었다.
혼자 두려움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스스로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빛은 나를 가볍게 공중부양했고. 행성처럼  스스로 자전하면서 괘도를 돌아
새로운 별이 되었다.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는 순간 나는 하나의 별이 되었다.
외롭고 고독한 어둠 속에서 너를 만났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너는 거대한 행성이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너는  모든 것이 다 부족함투성이인 나에게서
말을 걸었고. 내 행성이 아름답다고 말해 주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완벽해 보였다.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대한 별을 소유하고 있었고.
나는 단지 이제 막 나를 자각하기 시작한 먼지덩어리 행성 일 뿐이었다.
우주 안에서 모든 개별적 존재는 그저 자신의 별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별을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각자의 궤도를 돌
분이다.  별이 크면 클수록 그 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고.
별이 작으면 그 가벼움의 무게를 견디어 내야 한다.

우주라는 무안의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별이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위안이 될까.

가진 것이 없는 나는
 너에게 우주라는 공간을 선물로 주었다.
부족함이 없는 너는
나에게 별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으니까.
그 능력이 고갈되는 그때.
우리 안의 우주는 사라질 것이다.

한낮 먼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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