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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n 03. 2020

감정을 객관화시켜보는 방법

커튼

커튼.


.


소설을 쓴다는 것!
소설을 쓰지도 않았는데, 소설을 한번 써보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이상한 감정선의 기류가 감지되었다.  


소설도 쓰기전에 주인공들이 눈앞에서 걸어다닌다.
내 성질을 건드리는 모오든 인물들.

사람들과의 아주 작은 사소한 일 하나에도   직감적으로  감정선이 흔들리던  예민함이 객관화되면서 조금은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늘 웃으면서 아는 척하던 동료가 어느 날  얼굴 표정이 굳어서 건성으로 인사만 했을 때,
그 동료 때문에   은근 마음이 불편해서 내가 혹 실수한 게 있는 건 아닌가!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생각하면서 머리를 싸메던 생각들도  한방에 날아가버리고, 그를 객관 시켜서 바리 보게 된다.. 한 인물로 상대를 보면서 새롭게 케렉터를 창조하고 의구심이나 불편한 대상이 아니라 이해나 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나와 연관돼 있지만 개관적으로 존재하는 소설 속 나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현실 속 인물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감정선을 걷어내고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되는 전지적 작가의 시점이 되는 경험은 감성을 조금은 걷어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게 한다. 내 감정선을 건드리는 너에서 빠져나와. 그, 그녀, 그들이 되어서
마치 한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까지 들여다보며  지우지 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듯했다. 시나 에세이가 내 마음이 숨을 곳을 찾아, 억압된 감정을 해소한다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모든 감정과 인물들.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듯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을 가져와 내가 원하는 대로 주무르고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힘이  생겨나는 듯했다.


처음 sns를 하면서 댓글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신경 쓰이며. 사람들의  아주 작은 감정선 하나에도 흔들리면서 마음에 생체기를 내면서 뒤끝이 오래가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감정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나. 사물들, 그리고 나라는 주체도 객관 시켜서 바라보는 일은 신이 아닌 다음에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신이 돼 보는 거 그거 못 될 것도 없는 듯하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거.
매일매일 일기 같은 잡설을 풀어내다 보니   더 이상 쓸게 없어지는 경우가 온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쓰자니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고. 그러다 보니. 은유나 상징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소설이라는 장르를 생각해낸다.
단순한 창작 작업이 아닌 나의 성찰의 시간 속에서 소설이라는 장르는 사물들과 사건들을 객관화시켜서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 소설이라는 장르는 꽤나 매력적인 거 같다.  인간의 심리가 인물을 통해서 그려지고. 그 인물들을 따라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소설적 이야기 속에서  서사성 짙은 소설보다는  작가의 사변적 독백이나 쳘학이 담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튼이라는 소설을 다룬 산문집에서 밀란 쿤데라는 작가의 사색은 소설 양식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비평가들의 생각이 옳은가에 대해서  질문한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단순히 작가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예시가 돼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진리의 상대성이라는 관점읗 가진 예술이 소설이라면  작가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사색을 오직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지만 스토리는 결국 사색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여겨진다.
사색 없는 소설은 무협지나 르포와 다를 바 없다. 소설이 풍요로워지는 건 인물들의 생각이다. 누군가로부터 불편해진 마음의 근원이 사건사고를 만들고 갈등의 시초가  되어가는 과정을 인물들 속에서 각자의 마음을 읽고 역지사지가 되어 모든 인물들의 마음을 대입시켜 보는 것이다.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으로 흡수되어 너와 나의 주체가 하나가 되어버리는 이 모호함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동안은 소설을 읽는 마음도
새롭게 변할 듯하다.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속 밀란쿤데라의  소설 속 사유를 함께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책 커튼을 한번 열어본다.


어려운 책이다. 예술로써의 소설. 선이라는 커튼을 찢고. 그것에 가려진 진리와 진실을 밝혀내고 조명하려는 시도에서 쓰인 책이라고 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는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서사의 줄거리에 창조된다.


쿤데라는 이 에세이에서 소설이란 예술에서 얻는 이러한 지적인 즐거움을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그에게 있어서) 소설의 역사를 정의하고 그 역사를 구성하는 작가들(세르반테스, 플로베르, 보르흐, 카프카 등등)을 나열하면서. 나는 그가 이 글을 쓰며 즐거워했을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즐거움 대신 두세 번을 겨우 읽어야만 하는 난해함을 선사했다.
이해가 아닌 그냥 흘려 넘겨야 할 글 들이었다.    흥미를 느낀 부분은 쿤데라가 지나가듯 언급하는 인간의 본성과 본질에 대한 내용이었으니, 나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는 충분했다. 소설에 대한 에세이를 통해 소설의 역사와 그 흐름에 민감해야지만 커튼을 조금은 재미나게 읽을 수가 있다.  쿤데라의 박식함은 이미 알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그냥 괴팍한 소설가가.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사변을 가감 없이 쓴 에세이라며  합리화도 해보고 쿤데라의 현학적 사유 앞에  
한없이 작아지지만, 쿤데라스러움의 매력을 느낀다.



나를 사로잡은 책 속의 글들.


 독서하는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한 고유한 독자가 된다. 작가의 작품은 일종의 광학 기구에 불과하다. 작가는 이 기구를 독자에게 줌으로써 이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자기 자신 안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는 책이 말하는 것을 자기 자신 안에서 안에서 인정하는 일은 진실과 대면하는 일이다.”(132쪽)
 p35
사소한 것의 힘
1879년 '감정 교육' 2판. 플로베르
...
 일상. 그것은 단순히 권태, 사소함, 반복성, 범용성만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공기의 마법과도 같은 것. 각자는 자기 삶에서 그것을 깨닫게 된다. 옆집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 사랑의 고통에 사로잡힌 학생이 한쪽 귀로 흘려듣는 교수의 단조로운 목소리. 이러한 사소한 상황들은 내적 사건에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함을 새기고, 이로 인해 그 사건은 날짜가 매겨지고 잊히지 않게 된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일상의 진부함에 대한 탐구를 좀 더 멀리 밀고 나갔다. 오전 11시, 에마는 성당의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플라토닉 한 관계였던 연인 레옹에게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는 편지를 말없이 건넨다. 그다음에 그녀는 물러나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한 안내인이 그들에게 성당을 구경해 보라고 말한다. 만남을 서둘러 끝내기 위해 에마는 그 제안에 동의하고, 두 사람은 묘비 앞에 서서 머리를 들어, 죽은 사람이 말을 탄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을 바라보고는, 또 다른 묘비들과 조각상들을 계속 지나치면서, 플로베르가 재현해 낸 안내인의 어리석고 기나긴 설명을 듣게 된다. 화가 치밀어 오른 레옹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구경을 멈추고 에마를 성당 앞 광장으로 데려간 다음, 삯 마차를 부른다. 그러고 나서, 이따금씩 마차 속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즉 여행이 계속되도록, 그리하여 사랑의 시간이 끝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라는, 마부에게 내리는 지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그 유명한 장면이 시작된다.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에로틱한 장면 중 하나가 전적인 진부함, 즉 위험하진 않지만 성가신 사람 그리고 그의 계속되는 끈질긴 수다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연극에서 위대한 행위는 또 다른 위대한 행위에 의해서만 생겨날 수 있다. 오직 소설만이 사소한 것의 거대하고 신비로운 힘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책을 덮고.
 
곰브로비치의  포르노 그라비아를 읽어보고 싶어 졌고,
애정 하는 책.
 플로배르의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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