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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Jun 20. 2020

불안하다고요?

불안이 주는 지혜


나에게는 한때 절대로 열지 말아야 할 구역이 있었다.
출입금지 13호실.
이문 앞에만 서면 심장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빠졌다.

.보이지않지만 실재하는 세계,
불안!

이문을 통과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은 딱하나! 풍랑을 만난 배가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전속력으로 풍랑 속으로 질주해야 하는 것처럼
문을 열고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였지만 통과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제 막  힘든 터널을 막 통과하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가 지나온 시간 속 처절하게 대면해야 했던 불안이라는 녀석의 실체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1950년대에 쓰였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의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불안이란 뭐 정신이 아픈 사람이 겪는 단어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처럼 불안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저항부터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불안에 대해서 제대로 느껴본 사람만 이 불안의 실체를 알고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이 책을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과 함께 읽었다.
왠지 번갈아 가며 읽는 둘의 궁합이 좋았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의. 빅터 프랭클린이 정신과 의사라면 저자는 사상가이자 , 저술가이며, 강연자이고, 신부이도 했다. 그래서인지 죽음의 수용소 책과 비교할 때
철학적이고 사색적이다. 두껍지 않은 작은 책이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꼭꼭 씹어서
음미해야지만 소화할 수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책장에 꽂혀있지 않고 머리맡에 두고 틈날 때마다 찾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빅터 플랭클린의 정신치료법이론인 로고 세러피에서 활용되는 역설 의도라는 기법이 있다. 이 기법은 두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다. 즉 마음속에 두려움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일을 생기게 하고, 지나친 주의 집중이 오히려 원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 접근법을 통해 자기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볼 수읶게 된다. 실례로 땀 흘리는 것에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면 땀을 많이 흘릴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예기불안이 정말로 땀을 많이 흘리게 한다. 이 순환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될 것 같은  상화이 되면
얼마나 땀을 흘릴 수 있는지 보여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엘리베이터 같은 폐소 공포증이 있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평생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안이 주는 지혜는 이런 역효과 법칙에서 출발한다.
수면에 떠있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가라앉는 것처럼. 물 위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힘을 빼고 있어 보라고 권한다. 안정을 찾으려면 찾을수록.
종교와 철학에서 정신적으로 지적으로 어떤 확 실함을 찾느려면 찾을수록 평온과는 멀어지는 것처럼, 숨을 멈추고자 하면 더욱 가빠지는  것처럼,  다른 관점인
역설적으로 접근하면 본래의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는 접근법이지만. 역효과 법칙은 달리 표현하면 기꺼이 받아들임의 다른 표현 같다. 완전한 수용이기도 하다. 중국의 노자는 역효과 법칙을 깨달은 자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자는 남을 설득하지 못하고 진리를 알고자 한다면 지식을 버려야 하며 텅 빔보다 더 강력하고 창조적인 것은 없다.
도덕경이 어려 원 접근하기 힘들다면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 도덕경을 읽는데 훨씬 쉬울 것이다.

지금껏 믿어왔던 믿음이라는 것에 구멍을 내고 시작해 보기 바란다.

출입금지 13호실을 연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광활한 영토가
펼쳐진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영토, 즉 '현재 이 순간'으로 향한다. 와츠는 선언한다. 여기 이곳,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전체로서의 우주적 경험이 놓여 있다고.

"만약 행복이 미래에 기대되는 어떤 것에 항상 좌우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결코 붙잡을 수 없는 도깨비불만 쫓다가 결국에는 그저 죽음의 심연 속으로 사라지고야 마는 서글픈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와츠는 황량한 들판에 홀로 내버려진 상태였다. 동양 사상에 기웃거리는 괴짜에 대해 그의 고국인 영국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했고 중국에도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다른 편협한 식민주의자들과 달리 인도의 베단타 철학과 불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종종 배출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모든 종류의 잡다한 사상을 노래하는 사람( 와츠는 자신을 '철학적 흥행자'라고 했다. 물론 그는 그 이상이었지만 말이다)을 꿈꾸는 건방진 자의 말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 <불안이 주는 지혜>에서 과감히 제시된 주장을 다시 읽어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어떤 진리의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천국이 열리지 않으면 끌어안을 자비로운 신도 없다. 그러나 '전체'라고 하는 한층 더 나은 어떤 것이 있다.

자아 분열은 사라진다. 마음이 일단 모든 두려움과 희망을 전체적으로 통관하고 나면 그 안에서 평화를 발견하게 되며, 그것은 결코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깨어남의 상태다.
-디펙 초프라 서문 중에서-

과학의 정직은 곧바로 심한 불안과 우울증을 낳았다. 인간은 신화가 없이는, 다시 말해서 이 단조롭고 고되며 고통스럽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현세의 삶은 미래에 그 어떤 의미와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믿음 없이는 견뎌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에는 새로운 신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현세에서 최상의 미래를 약속하는 정치경제적인 신화이다.

이 신화는 개인을 거대한 사회적 노력의 일부로 만들어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데, 그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공허감과 고독을 잊는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종교는 그 격렬함 때문에 오히려 인간 내부의 불안감을 노출시킬 뿐이다. 그런 '저이적인 종교인들'은 떼 지어 몰려다니면서 어둠 속에서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기 위하여 고함이나 지르는 인간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종교가 신화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그 즉시 종교의 힘은 사라진다. 인간에게 신화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두통약을 만들어 내듯이 의식적으로 신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그것은 단지 사람, 나무, 푸름, 검음, 붉음,
부드러움, 딱딱함, 원자, 우주 등의 형식으로 남을 뿐이다.
범신론에서는 언어와 전통의 세계에 속해 있고
고정되고 뚜렷한 실체로 인식되는 온갖 ‘것’은 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약 신학자들이 이러한 범신론을 한심스러워한다면
나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내게 신을 보여달라고 요구해오면
나는 태양이나 나무 혹은 벌레를 가리킬 것이다.
당신이 만약 ‘그렇다면 태양, 나무, 벌레
그리고 다른 모든 사물이  신 이라는 뜻이오?’라고 물으면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당신은 핵심에서 완전히 빗나갔소.’”

이 책은 '현대인의 불안'을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20세기에 물질적 풍요를 향한 끝없는 추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미래'를 붙잡으며 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이 미래에 기대어 아등바등하면서 불안 속으로 뛰어들어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거부하는 불안은. 보이진 않지만 실재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고
두려움과 걱정에 대한 치유책을 발견할 수 있는 깨달음이다.

"불안한 상태는 두려움과 걱정에 대한 치유책이 발견되는 유일안 장소다."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모두들 늘 불안을 갖고 산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불안한 게 나쁘다고 생각해야 하지?
만약 신이 있다면 불안이란 감정을 만든 것도  다 이유가 있으니 존재하지 않겠어"

그러니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만 존재한다.

부족하다 생각하여 충족하려는 것이 오히려 우릴 결핍시킨다. 작은 여지도 없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채울 준비가 된 것이다.
자유로워지고 여유를 갖는다.
불안 또한 온전히 받아들일 때
평온이 찾아든다.

불안하다고요?
괞찮습니다.
불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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