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허무가 너무 강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삶의 의지가 너무 강해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흔히들 의지력이란 강하고 그 어떤 고난도 이길 수 있는 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지력이란 포기를 모르고 돌진만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똑" 하고 부러져버리면 영영 탄력 회복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의지력이란 단어 뒤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전투나 싸움 인내라는 단어들이다. 마음의 법칙 안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삶의 의지력이란 순응하고 기다리는 의지력 포기하고 버틸 수 있는 의지력.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법을 배운 의지력을 말한다. 삶의 의지가 너무 강하면 욕망에 대한 잡착에 빠질 수 있다. 사랑, 건강, 소유, 쾌락 이런 집착은 우울증보다 더 무섭다. 결국 삶의 의지력이란 건강할 때 성공이나 욕망을 향해 달리는 열차의 힘의 원동력이 되지만 몸과 마음이 아플 때는 의지력을 온전하게 꺾어야지만 자기 자신을 지켜낼 수가 있다. 결국 의지력보다 더 강한 건 받아들이고 완전히 포기하는 그 순간이다. 포기와 순응 후에 다시 새로운 에너지의 의지력을 다질 수가 있다. 포기 할 줄 모르고 받아들일 줄 모르는 의지력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의지력이란 앞으로 돌진하는 방향성보다는 머무르고 포기하고 다시 튀어 오르는 제자리의 탄력성이 필요하다.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아도 제자리에서 구르고 무너지고 튀어 오르다 보면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의 의지력을 키울 필요는 없다. 의지력을 가질 필요도 없다. 삶이란 그저 묵묵히 힘을 빼고 자유롭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삶은 아무 문제없이 흐른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맞이하는 아침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매 순간의 호흡만으로도 모자람이 없다. 여기에 무슨 의지력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하면서 순간순간을 느낀다. 그 순간 안에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불쾌함. 고통. 불편함. 짜증. 두려움. 불안. 이런 것들 조차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산다면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안에 우리가 저항하고 거부하고 고통받을 것들은 없다. 시간은 흐르기 때문이다. 강물처럼 그 흐름에 마음도 흘러간다. 찰랑거림을 느낀다.
